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화제가 종교에까지 미치면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나도 원래는 가톨릭 신자예요."의외다 싶어 눈을 크게 뜨면 영세명, 영세 받은 장소(성당)까지 밝힌다. 그리고는 덧붙이는 말."그런데 지금은 성당에 안 나가요. 오래됐어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일이 바빠서, 입시공부 때문에, (경제적) 형편이 안 돼서, 다시 나가려니 고해성사가 부담스러워서, 교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종교가 다른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싫어해서, 신자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귀찮게 해서….
▦냉담자(冷淡者)의 사전적 의미는'사물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지만, 가톨릭과 성공회에서는'교회에 장기간 나가지 않은 신자'를 지칭한다. 가톨릭은 1년에 두 번(부활절, 성탄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고해성사를 6회 이상 빠졌을 때, 성공회는 미사 참석률이 1년에 절반 미만일 경우이다. 어감이 싫어 가톨릭에서는 대신 '쉬는 교우'라고 말하기도 한다. 신앙심이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 아니라 마음도 의지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개인 사정으로 현재, 아니면 오랫동안 미사에 참석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까지 국내 천주교 신자는 전체 인구의 9.9%인 500만4,115명. 1년 전보다 2.7% 늘었다. 불교나 개신교와 달리 교적 관리가 철저하니 허수(虛數)가 아님은 분명하다. 지난 2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과 함께 불어온 '가톨릭 바람'으로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냉담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고해성사를 본 연인원이 40만명 이상 줄었으며, 주일미사 참석률도 갈수록 낮아져 25% 이하가 됐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에는 냉담자가 41.2%나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05년 한국갤럽 리서치에 따르면 가톨릭 이탈자들의 평균 신앙생활 기간은 4.22년. 생계나 학업(42.4%)이 큰 이유이지만 신앙에 대한 회의(12.1%), 고해성사 부담(7.4%),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실망(4.7%), 교우와의 갈등(3.5%)으로 등을 돌린 사람도 적지 않다. 그만큼 교회 책임도 있다는 얘기다."1980년대와 달리 자기 중심에 빠져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잃었다""지나치게 세속적 정파적이다" "그리스도의 증거적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여전히 권위주의적이다"라는 비판이 냉담자들의 핑계만은 아닐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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