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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형자 영상편지 교환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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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형자 영상편지 교환 프로그램

입력
2009.06.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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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를 연결한 TV 화면에 엄마 얼굴이 뜨자 삼남매는 반가워 웃다가 금세 눈이 빨개졌다. 감옥에 있는 엄마 황모(37)씨도 화면 속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너희를 두고 이곳에서 내가 살아가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아파. 하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행복한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 사랑해." 엄마의 영상편지가 이어지는 동안, 철호(가명ㆍ9)와 쌍둥이 여동생 수연ㆍ수정(7)이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다. 엄마 대신 아이들을 돌보는 이모(51)도 내내 두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잠시 뒤 삼남매는 캠코더 앞에 섰다. 엄마에게 답장을 할 차례다. 초등학교 3학년 철호는 그동안 받은 예닐곱 개의 상장을 자랑스럽게 들어보였다.

"엄마! 나 공부 잘 하지? 한자 자격증도 따 놓았고, 독서논술상도 탔어. 엄마 빨리 와서 우리랑 꼭 같이 살자. 보고 싶어." 철호는 안경 밑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면서도 의젓한 마무리를 잊지 않았다. "동생들 잘 돌보고 운동도 매일 해서 건강할 테니까 엄마도 잘 있어. 안녕."

수연이는 쪼그려 앉아 엉엉 울었다. 1주일 전 어버이날에 엄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수연이는 "엄마한테 쓴 편지가 있어"라며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편지로 인사를 대신하고, 수정이와 함께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였다.

서울의 이모 집에서 삼남매가 띄운 영상편지는 2주 뒤인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황씨에게 전달됐다. 황씨는 2005년 남편을 살해한 죄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노트북 컴퓨터 앞에 앉은 그는 지난 3월 초 면회 때보다 훌쩍 큰 삼남매 모습을 대견한 듯 바라보다 아이들이 자신이 보낸 영상편지를 보며 우는 장면에서 고개를 숙여 흐느꼈다.

언니가 "예쁜 너희 삼남매를 키우면서 내가 그 안에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하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였다. 하지만 이내 철호가 상장을 자랑하고 삼남매가 어설픈 동작으로 합기도 품새를 선보이자 웃음을 보였고, 쌍둥이의 유치원 때 모습을 담은 비디오 화면에서는 눈을 떼지 못했다.

황씨는 법무부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마련한 수형자와 가족 간 영상편지 교환 프로그램에 다른 7명과 함께 선발돼 영상을 통해 그리운 가족을 만났다. 편지 교환은 수형자들이 먼저 하고픈 말을 영상에 담아 보내고 가족이 영상 답장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족들의 답장에는 평소 생활을 찍은 비디오 화면 등도 편집해 넣었다.

영상편지는 길어야 10분에 편안히 대화를 나누기 힘든 면회실 접견보다 수형자들에게 더 큰 위안이 됐다. 황씨는 법무부에 보낸 서신에서 "영상편지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됐다.

지나온 잘못들이 주마등처럼 스쳤고 살아있는 제 자신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지만 가족들은 이미 저를 용서했고 저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고 썼다.

이번에 선발된 8명은 살인미수로 4년형을 받아 2012년에 출소하는 김모(25)씨와 사기죄로 5년형을 받은 지모(35)씨를 제외하면 모두 살인죄로 9년에서 최장 20년형을 받은 이들이다.

고모(35)씨 역시 살인죄로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6년째 복역 중이다. 그도 지난달 29일 자신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외지에서 장사를 하며 사는 부모와 한 달 전 아기를 낳은 여동생의 안부 편지를 받았다.

어머니(55)는 영상편지에서 눈물을 쏟던 딸이 안쓰러워 "우리 장녀 왜 울고 있어. 세월이 가야 끝나는 문제인데 급하게 생각하면 안되잖아. 웃음 잃지 말고 아프지 말고. 내 딸 사랑해"라고 말했다.

아버지(56)는 방송통신대 4학년인 그에게 "공부 잘 하고 몸 건강하라"고 인사한 뒤 "주변에 높으신 분들 말씀 잘 듣고 거기 식구들에게 잘해라. 너가 솔선수범 해야 사람들이 예뻐해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고씨는 편지를 받은 뒤 "못난 제가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부모님의 생활을 꼭 다시 찾아 드리고 그렇게 소원하시는 학사모를 꼭 씌워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기획을 계기로 교도소 내 반입이 금지된 영상물을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교도소에는 옷과 책, 간단한 세면도구를 제외한 모든 물품의 반입이 금지돼 있다. 법무부는 올해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남은 형기와 가족 관계 등을 고려해 영상편지 반입을 시범적으로 허용한 뒤 다른 교도소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희도 법무부 교정본부 사회복귀과 사무관은 "죄는 지었지만 누구에게는 엄마고, 누구에게는 소중한 딸이며 언젠가는 사회에 나갈 사람들"이라며 "영상편지가 수형자와 가족간 끈을 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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