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켤레에 달하는 포장도 뜯지 않은 고급 구두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 '허영과 사치'의 대명사로 불린 필리핀 페르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가 곤궁함을 호소하며 압수된 보석을 돌려달라고 주장, 화제를 낳고 있다.
이멜다 여사는 대통령위원회에 1986년 2월 하와이에서 귀국할 당시 미국 당국이 몰수한 귀금속을 찾게 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마닐라 스탠더드 투데이와 데일리 인콰이어러 온라인판이 14일 전한 바에 따르면 이멜다 여사는 대통령 위원회의 카밀로 사비오 위원장에게 보낸 5월25일자 청원서에서 압수된 보석들을 경매에 부치는 것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해친 위법행위라고 항변했다.
이멜다 여사는 "어떤 법원도 내 보석을 부당하게 획득한 것으로 판결한 적이 없다"며 조속한 반환을 요구했다. 그의 귀금속은 86년 150억 페소(약 3,951억원)를 홋가하는 것으로 감정됐다. 보석은 현재 방코 센트랄 은행에 맡겨져 있다.
그는 11일 공무원 범죄재판소 산디간바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울음을 터뜨리면서 해외여행 신청서에 붙일 인지를 사기 위해 작고한 남편의 연금을 써야 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멜다 여사는 또 "병 치료를 위해 외국에 나갈 때마다 고통스럽다. 나갈 때 인지를 붙이기 위해 75만 페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젠 더 이상 돈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군인 연금을 예치하고 있는 필리핀재향군인은행의 통장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남편이 퇴역 육군 대령 자격으로 월 4,500페소를 받고 훈장 수훈자로서 4만 페소를 수령한다고 설명했다.
이멜다 여사는 연금에 대해 "남편이 군인이었고 나라의 영웅이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필리핀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인 만큼 그간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 대신 자녀들인 이메 마르코스 전 일로코스 노르테 하원의원, 현직인 페르난도 마르코스 2세, 이레네 마르코스 아라네타가 자신의 여행 경비와 치료비를 지출해 왔다고 전했다.
이멜다 여사는 "아이들이 거의 반 강제로 나를 싱가포르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는데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라며 처량한 신세를 한탄했다.
그는 지난 2일 싱가포르에 가서 눈꺼풀 근육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의사의 권유로 일정을 늦췄다.
아직 10건의 미결된 부패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있는 그는 출국할 때마다 산디간바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87년 개헌으로 해체된 임시국회 바타상 팜반사의 의원으로 재직하던 78~84년 동안 비밀 재단과 개인기업들을 통해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남편과 자신이 '피플스 파워'에 의해 권좌에서 밀려난 후 재판이 23년이나 계속되는데 대해 "왜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다. 86년 처음 고발당했을 때 56세였는데 앞으로 2주일이면 80세 생일을 맞이할 정도로 나이가 들게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멜다 여사는 "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는가. 왜 지금까지 기소 상태에 있어야 하는가. 이 나라에서 사법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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