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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선거 부정 조사" 지시… 이란 정국 극도 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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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선거 부정 조사" 지시… 이란 정국 극도 혼미

입력
2009.06.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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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종교 국가 이란에서 종교와 정치를 아우르는 최고 지도자가 스스로의 말을 번복하는 것은 이란 정국이 극도의 혼미 상태에 빠져 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3일째 격렬히 진행되는 개혁파의 부정선거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15일 선거 재조사를 지시했다.

조사를 담당한 혁명수호위원회는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의회 인준 법안에 대한 최종 인준권을 비롯해 국정 현안에 대해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AP통신은 "조사가 어떻게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14일 이란 보안요원과 경찰은 선거 부정 규탄 시위를 불법시위로 규정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혁파 시위자들을 진압봉으로 구타하는 등 강력한 시위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무력 진압에도 이란의 개혁파 주도하는 부정 선거 항의 시위는 가라앉지 않았다.

향후 이란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파들은 재선거를 주장할 것이 예상되는데, 보수파들은 재선거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 혁명수호위의 조사 결과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미봉책으로 드러날 개혁파들은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채 장기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 등 서방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은 14일 미 NBC방송에서 "시위군중을 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백악관이 "이란 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이란 상황에 큰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조만간 독일 주재 이란 대사를 불러 이란 정부가 시위대와 이를 취재하려던 해외 언론을 탄압한 것에 대해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의 우려는 이란 내 언론통제와 탄압이 강화되면서 증폭되는 양상이다. BBC방송은 이란으로의 송출 등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탈리아 RAI 방송 통역사는 시위 취재도중 이란 경찰에 맞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카네기재단의 카림 사자드푸르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서방 세계가 자신들이 원하지 않던 지도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이란 핵개발 문제를 풀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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