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아침 '근원적 처방'이란 화두를 던져놓고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이념과 지역 갈등, 권력형 비리와 부패의 반복, 무조건 반대하는 정쟁의 정치문화'를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규정한 뒤 귀국 후 대증요법이 아닌 근원적 처방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들 고질적 문제는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지적돼온 것들인데다, '근원적 처방'이라는 언급은 각료나 참모 몇 명을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시스템이나 정치문화를 혁신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권력분점을 실천하거나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 정도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근원적 처방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하나는 대통령이 외교 통일 국방과 미래비전에 전념하고 내치는 총리가 맡는 분권형 국정운영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법으로 분권형 개헌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구체적 구상을 해놓고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열심히 듣고, 생각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안을 던지면 새로운 갈등과 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쇄신이란 큰 화두를 던져놓고 정치권의 논의를 유도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시위,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심각한 분열구도로 볼 때, 이 대통령의 언급이 원론의 극대화된 표현만은 아닌 듯 싶다.
그렇다고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큰 과제를 앞에 두고, 우리 사회의 논의구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개헌의 공론화를 언급한 것 같지도 않다. 이 대통령의 성격상 자신의 국정주도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개헌을 처방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도 "일을 해야 할 집권 2년차에 개헌논의는 장애물이 될 것" "개헌논의는 곧 레임덕의 시작인데 국면전환 비용으로는 너무 크다"는 부정적 반응이 많다.
때문에 개헌보다는 총리에게 내치의 대부분을 맡겨 실질적으로 권력분점의 국정운영을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각된다. 아울러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지방행정구역 개편 등도 검토될 수 있는 안이다.
그리고 쇄신카드가 무엇이든 간에 인적 쇄신은 반드시 동반될 전망이다. 당초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6월말 일본 방문, 7월 유럽순방으로 7월말이나 8월초로 예상됐으나 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개편 폭도 커지는 흐름이며 무엇보다 포인트는 화합형 인선에 맞춰질 것 같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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