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지난해 말 택시기사와 요금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엉뚱하게 경찰한테 고소를 당했다. 출동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너 몇 살이냐. 내가 전경 출신인데 XXX야, 좋은 말 할 때 꺼져라"고 욕설을 퍼부은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경찰관의 고소로 김씨는 올 4월 서울남부지법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 직장인 서모(48)씨도 음주운전을 한 친구 편을 들다 전과자 신세가 됐다. 친구가 경찰관에 체포되는 것을 보고 "왜 내 친구를 잡아가느냐, XXX야"고 말한 것이 불찰이었다. 경찰에 고소당한 서씨도 지난달 벌금형을 받아 200만원을 물게 됐다.
현 정부 들어 경찰이 공권력에 대한 언어폭행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처벌에 나서고 있다. 경찰이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법전에서 찾아낸 조항은 '모욕죄'다. 경찰이 직무수행 중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을 때 흔히 적용하는 죄목은 공무집행방해죄다.
그런데 폭력이 수반되지 않거나 협박수위가 낮은 단순 욕설은 이 죄목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경찰이 꺼내 든 카드가 모욕죄다.
현 정부 들어 모욕죄 기소건수는 뚜렷한 증가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 913명에 그쳤던 모욕죄 기소 인원이 지난해 3,568명에 달했다. 2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고소자 직업 통계는 없으나 법조계는 이중 대부분이 경찰의 고소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해 고소자가 끝까지 처벌을 고집하는 경우가 드물다.
통상 일반인 사이에는 욕설을 들어도 고소까지 가지 않는 데다, 설령 고소를 해도 1심 선고 전 합의를 통해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지난해부터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모욕죄로 고소하는 사건이 부쩍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애초 시비가 붙은 사건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도, 출동한 경찰관에 욕한 것 때문에 기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폭행으로 입건된 최모(50)씨는 피해자측과는 원만히 합의했지만 경찰관에 욕설을 하는 바람에 지난달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직장인 윤모(26)씨도 올해 2월 서울 구로구 해장국 집에서 소란을 피우다 업무방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가게에 물질적 피해를 입힌 것이 크게 없어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경찰에 욕을 한 탓에 모욕죄로 기소됐다.
모욕죄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지만, 이 역시 범죄경력으로 기록돼 결국 전과자 수만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공권력 확립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툼이 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출동한 경찰관에게 무턱대고 욕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질서유지와 공권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 만능주의이자 '국민 길들이기'란 비판도 적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호창 변호사는 "분명 지나친 감정적 법 행사"라며 "개인간 싸움에 공권력을 부각시켜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공권력을 더욱 우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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