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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유출 우리문화재 찾기 나선 혜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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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유출 우리문화재 찾기 나선 혜문 스님

입력
2009.06.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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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흘러간 뒤 이산가족처럼 뿔뿔이 흩어진 우리 문화재를 반드시 찾아내 환수하겠습니다."

시민단체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무총장인 혜문(36) 스님이 이번에는 미국 대장정에 나섰다. 2년 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06년 일본 도쿄대학이 소장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의 반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홀홀 단신 미국에 머물며 하버드대와 보스턴 미술관을 상대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하버드대 아서 새클러 박물관에 있는 그레고리 헨더슨 컬렉션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과거"라고 울분을 토했다. 과거 일제 시대에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화재를 약탈당했지만 헨더슨 컬렉션의 경우 미군정기 등을 거치면서 당시 권력층에 있던 소장자들이 헨더슨이라는 외교관에게 뇌물로 바쳤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방미 기간 중 조선 초기 명필을 대표하는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글씨로 추정되는 '금니사경'(金泥寫經ㆍ곱게 빻은 금가루를 붓끝에 묻혀 불경을 옮겨 적는 문서)을 실물로 최초로 확인, 하버드 대학에 반환 요청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반환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학교 측도 반환 요청에 대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며 시간을 가지고 협의해보자고 밝혔지만 합법적인 소유로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금니사경처럼 1988년 사망한 헨더슨이 한국에서 18년간 주한미군대사관 직원으로 지내면서 외교관 지위를 이용해 수집, 유출시킨 대표적 작품이 최대 1만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뇌물로 바친 한국의 소유권자가 반환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되돌려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헨더슨씨의 부인인 마이아 여사마저 몇 년 전 숨지면서 주인을 잃은 이들 유물들이 미 매사추세츠주의 공익재단으로 넘겨진 뒤 경매를 통해 팔려나가면서 뿔뿔이 흩어진상황이다. 그는 "헨더슨 컬렉션이 8, 9월께 경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에 참여해 직접 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혜문 스님이 헨더슨 컬렉션과 더불어 반환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보스턴 미술관의 '금은제 라마탑형 사리구'는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올 1월 미술관을 방문한 이후 서신 등을 통해 협상한 결과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9월 정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금은제 라마탑형 사리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와 당대의 고승인 지공, 나옹 스님의 사리가 함께 모셔져 있다.

이 같은 혜문 스님의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12년 전 불가에 귀의한 뒤 봉선사에서 총무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찰의 문화재 현황을 조사하면서 없어진 문화재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다.

그는 2004년에 '문화재 제자리 찾기' 시민단체를 구성, 2006년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과 삼성 리움 박물관이 소장했던 현등사 사리구를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3년 전부터는 일본 궁내청에서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의 반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해외반출문화재 반환을 위한 미국방문단을 구성해 문화재 실상을 조사했고, 지난달에는 북한을 방문해 미국 내 문화재 환수를 위해 남북 불교계가 함께 노력한다는 공동합의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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