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대선 이후 3일째 최대 규모의 부정 선거 규탄 시위가 이어지자 이란 최고지도자가 부정선거 조사를 지시하는 등 이란 정국이 극도의 혼미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5일 테헤란 중심가에서는 낙선한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가 참가한 가운데 지지자 수만명이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후 무사비 지지자들은 시내 곳곳에서 '독재자 타도' '우리의 대통령은 무사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투석전을 벌였다. 이란 보안요원과 경찰은 시위자들을 진압봉으로 구타하는 등 강력한 시위 진압에 나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란 경찰은 대선 이후 14일까지 17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란 보안요원이 뛰어가는 일부 시위대에게 총을 발사해 최소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부정 선거 조사를 지시한 직후에 벌어졌다. 미 CNN방송은 현지 보도를 인용, "하메네이가 혁명수호위원회에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개혁파 후보의 주장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무사비는 혁명수호위원회에 선거 무효 선언을 요청했고 14일에는 하메네이를 직접 면담했다. 하메네이는 무사비 후보에게 평화적 시위를 당부했고, 면담 후 무사비 후보는 "재선거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메네이가 자신이 승인했던 대선 결과에 대해 조사를 지시한 것은 예상외로 개혁파의 반발이 커 1979년 혁명 이후 이란 정국이 최대의 혼란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정국 긴장이 고조되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러시아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보수와 개혁을 대표하는 아마디네자디 후보와 무사비 후보간의 박빙의 승부가 12일 이란 대선에서 아미디네자드 대통령이 득표율 62.3%의 압승을 거두자 개혁파들은 일제히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민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