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 광명시 광명3동 푸드마켓(Food-Market) 경기 1호점. 저녁 찬거리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오자 홀몸 노인인 백서지(68ㆍ광명시 하안동) 할머니가 마켓 문을 빠끔히 열고 들어왔다.
할머니는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쌀과 라면, 식용류 등을 꼼꼼히 살펴 고른 뒤 회원 카드만 내보이고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라며 문을 나섰다.
뒤따라 들어온 이익성(79ㆍ광명시 광명5동) 할아버지는 고추장 등 조미료 위주로 물품을 골라 집었다. 이 할아버지는 4가지 물품만 고를 수 있다는 게 못내 아쉬웠던지 국거리 진열대 주위를 맴돌았다.
보다 못한 마켓 점원 정찬현씨가 "할아버지, 원래 4가지 물품 이상은 안 되는 건데 할아버지한테만 특별히 드리는 거에요"라며 미역국 세트를 집어 품에 안겼더니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정씨는 "아직 기부 받은 물품 수량이 여유롭지 않아 1인 당 4개(2만원 상당)로 한정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아쉽다"면서 "규정에는 조금 어긋나지만 즉석 죽이나 국거리 등을 1,2개 더 얹어드리곤 한다"고 귀띔했다.
식재료와 생필품 등을 공짜로 나눠주는 푸드마켓이 경기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푸드마켓은 기존 푸드뱅크가 수요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것에서 탈피, 쌀 라면 양념 고기 등 각종 식재료 및 생활용품 등을 매장에 전시해 수요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서울 각 구마다 푸드마켓을 1,2개 시범운영 했으며 올해 전국으로 확대 설치한다.
경기도 1호점의 경우 1억8,000만원이 투입돼 9일 이곳에 개점했으며, 올 말까지 수원 부천 파주 고양 시흥 광주 평택 의정부 화성시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잇따라 개장할 예정이다.
현재 광명 푸드 마켓에 등록된 회원은 모두 500여명. 광명시는 앞으로 대상 인원을 3,000여명까지 확대하고 선택 물품수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물품수가 고민이다. 현재 광명 푸드마켓이 기부를 받거나 직접 구매한 물품은 주ㆍ부식과 음료수 등 17개 품목 4,000여개에 불과한 상태다. 휴지나 치약, 칫솔 등 생필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유진희 소장은 "푸드마켓은 이용자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물품을 선택할 수 있는 편의점 형태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보다 많은 어려운 이웃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푸드마켓 이용을 원하는 주민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증명서와 신분증을 가지고 푸드마켓이나 가까운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를 방문, 회원카드를 발급 받으면 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10시∼오후6시 운영된다.
글·사진=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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