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우라늄의 99.28%는 U-238이고, 나머지인 0.72%가 핵분열성을 갖는 U-235다. 북한 영변원자로와 같은 흑연감속로는 천연우라늄을 사용하지만 U-235 농축 비율을 높여야 원자력 발전소나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다. U-235 비율이 20%이하면 저농축우라늄(LEU), 20%이상이면 고농축우라늄(HEU)이라고 하는데, CANDU형 중수로에 사용하는 0.9~2%의 우라늄을 약농축우라늄(SEU)이라고 부른다. 경수로에는 3~5%의 LEU가, 핵잠수함 고속중성자반응로에는 50%이상의 HEU가 사용된다. 핵무기 제조용 무기급 HEU는 U-235 비율이 85%이상이다.
▦ 우라늄 농축은 U-235와 U-238의 미세한 무게 차이를 이용하는데, 열 또는 가스 확산법, 가스원심분리법, 레이저ㆍ화학교환법 등이 있다. 열 확산법은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탄을 만들 때 사용했는데,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문제가 있다. 냉전시대에는 보다 효율적인 가스확산법이 사용됐고, 요즘에는 가스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농축이 일반화돼 있다. 레이저농축법은 기체상태의 우라늄에 레이저를 쏘아 이온상태로 만든 뒤 분리하는데, 우리 연구자들이 실험 중 극소량의 농축우라늄을 얻었다가 문제가 됐던 바로 그 방법이다.
▦ 북한은 1, 2차 과학기술발전 3개년 계획(1988~93)에 레이저와 화학교환법을 이용한 우라늄 농축을 포함시킨 바 있다. 그러나 그제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힌 우라늄농축 기술은 가스원심분리법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파키스탄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공하고 P1원심분리기 20여개와 P2의 설계도를 얻었다는 게 정설이다. 북한이 수입했다는 고강도알루미늄 150톤은 원심분리기 2,60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 이를 최적 상태에서 가동하면 1년에 1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 고강도 베어링의 대량생산 등 기술적 문제로 원심분리기 본격 가동체제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방심할 수 없다. 노후화한 영변의 핵 시설들은 플루토늄 추가 생산이 어렵고, 이미 제조했다는 핵무기도 정밀부품과 소재의 문제로 신뢰성과 유지보수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즉 핵무기로서의 장기적 가치에 한계가 분명한 것이어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값만 쳐주면 폐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라늄농축에 의한 핵무기 제조가 현실화하면 북한의 핵 능력을 감시, 억제하고 제거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진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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