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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액체 근대' 불확실하고 변덕스럽고… 역사에 '절대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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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액체 근대' 불확실하고 변덕스럽고… 역사에 '절대로'는 없다

입력
2009.06.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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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지음ㆍ이일수 옮김/강 발행ㆍ348쪽ㆍ2만원

역사는 흐름이고 변화이다. 특정 시기의 흐름은 '엎질러지고' '튀고' '새고' '빨아들이면서' 더욱 격렬히 다음 단계의 변동을 예고한다. 단적으로 말해 역사는 액체인 것이다. 당대의 철학적 유산들을 유물 변증법으로 지양한 칼 마르크스는 그 사실을 알았다. 1848년 '공산당 선언'에서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이라는 구절로 거대한 변혁의 흐름을 예리하게 포착했던 것이다.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 <쓰레기가 되는 삶들> <유동하는 공포>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84)은 이행기의 그같은 역동성을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으로 대신한다.

바우만은 "변덕스러움, 불안정성, 위험사회, 불확정성은 우리 시대 삶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가 현재의 인간을 보는 눈은 가차없다. "모든 부속은 예비이고 교체 가능하며 교체하는 것이 좋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와 같은 헌신은 '만족이 지속될 때까지'와 같은 일시적이고 덧없는 계약으로 변하고" 마는 세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타협을 택한다. "일상은 비루할 수도 있지만, 우리를 보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현대의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저자에 의하면 그것은 "카지노 문화"다. 저자는 치밀한 일상 분석으로 그같은 사실을 입증한다. 그가 제시하는 답은 공동체의 회복이다. 그는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란 공허한 관념"이라고 한 역사학자 홉스봄을 인용, "이익사회 시대에 공동체적 대안을 제공해주던 '민족'이 현재 무차별한 지구화의 결과로 인해 적대감과 투쟁의 주체로 변질했다"고 비판한다.

발칸반도와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최근의 역사에 대한 통찰과 정교한 분석이 도처에 널려 있어, 당대 최고 사회이론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바우만에게로 가는 길이 호락호락지는 않다. 역사와 철학이 사회학적 통찰로 만나면서 그가 그려내는 인류의 미래상은 묵시록적 전망으로 가득차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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