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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犬公의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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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犬公의 은퇴식

입력
2009.06.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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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재난사고 현장을 7년간 누볐던 인명구조견 '하나'가 오늘 은퇴한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인 11살에 접어들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고, 서울대 신체검사에서 양쪽 다리에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평소 자신을 아꼈던 한 구조대원의 가정에 분양돼 여생을 보낼 예정이다.(11일자 한국일보 12면) > 평생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여느 사람의 은퇴식 못지않게 가슴 뭉클한 소식이었다. 하나의 늠름한 모습과 핸들러(담당 구조대원)의 흐뭇해 하는 표정이 참 좋았다. 이렇게 은퇴한 인명구조견은 2005년 3월 '다복'에 이어 두 번째다.

▦하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다복은 독일산 셰퍼드. 인명구조견의 양대 종(種)이다. 'Retriver'는 '사냥감을 회수하거나 낚시줄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의미다. 캐나다 북부 래브라도 해안에서 어망을 회수하거나 그물에서 빠진 생선을 되잡아오는 조렵견(助獵犬)으로 활약했으니 헤엄은 물론 후각도 특별하다. 오랜 경험은 인간과의 사회성을 높였고, 인명구조견의 조건을 완비했다.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성심이 오히려 '사회성'에 장애로 작용해 그 영민함에도 불구하고 주인 아닌 다른 사람을 구조하는 데 부적합한 것과 대조적이다.

▦견공(犬公)이 인명구조에 나선 것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 영국이 지뢰탐지견을 양성하면서부터. 당시 각국의 군견은 몸에 시한폭탄을 매달고 적지에 뛰어들거나, 산꼭대기에 있는 아군에게 실탄을 운반하는 일을 맡았다. 독일군의 셰퍼드가 맹활약을 했는데, 이를 응용해 영국육군은 서유럽에 흔한 리트리버를 지뢰탐지견으로 키워냈다. 1980년대 이후 재난을 당한 인명 구조에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 유엔의 '수색구조 가이드라인'은 인명구조견이 부상했을 경우 구조를 요하는 사람보다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행동지침을 규정하고 있다.

▦보람찬 직업을 가진 견공으로 맹도견(盲導犬, 안내견)도 있다. 역시 사회성이 뛰어난 리트리버가 주종을 이룬다. 안내견은 주인의 명령을 따르지 말아야 하는 자율훈련까지 완료해야 한다. 예컨대 주인이 가자는데 앞에 위험상황이 있을 경우 스스로 판단하여 명령에 불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9ㆍ11테러 때 78층에 있던 시각장애인을 억지로 끌어 지상까지 데려온 안내견의 활약이 소개됐었다. 그런 견공이 미국엔 1만, 일본엔 1,000마리 정도가 활약 중인데 우리는 30여 마리밖에 없다고 한다. 안내견이든 인명구조견이든 우리보다 나으니 잘 대접해야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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