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년간 지속되었던 미국의 자동차회사 GM이 파산을 선언했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목록에서 54년 동안 37회나 1위를 차지했던 GM은 한 때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2007년에도 포천지가 3위로 선정했던 GM은 어째서 이렇게 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무능한 리더와 노동자의 욕심
우선 최고경영진의 무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보다 작고 보다 효율적인 신차들을 개발하는 동안 과거의 성공에 도취된 GM의 최고경영진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읽지 못하고 크고 비효율적인 자동차들을 계속 생산해 왔다. 엄청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흥청망청 살았던 경영진들이 일반 미국인들이 원하는 자동차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회사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주장했던 노동자들이다. 경쟁사 노동자들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임금을 받을 뿐 아니라 퇴직 후에도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높은 연금을 받아왔던 노동자들 때문에 GM은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만한 최고경영진과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웠던 노동자들에 의해 천년만년 영구히 지속될 줄 알았던 거대하고 막강한 GM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세상의 지탄을 받게 된 과거의 경영진이나 대규모의 해고에 직면하게 될 노동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GM이 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GM 사태는 그렇게 크고 막강한 기업도 잘못된 경영과 노동자의 나태함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파산하게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 셈이다.
거대기업 GM의 실패는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고, 직접 관련이 있는 GM대우는 물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큰 놀라움과 깊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요즘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사회현실도 무언가 GM과 닮은 점들이 적지 않게 있다. 우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들어섰던 우리의 정부는 1년을 훨씬 넘긴 이 시점에 이르러서도 정말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는 기업도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바로 쓰러지는데,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이 주된 업무인 정부가 이를 하지 못하면 당연히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대다수의 소비자가 싸고 연비가 좋은 차를 원하는 동안 GM의 경영진이 크고 힘 좋은 차만을 만들어 온 것처럼, 우리의 정부도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세운 목표만을 향해서 나가는 것이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GM의 실패가 최고 경영진만의 책임은 아니었던 것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혼란도 정부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부유한 사람은 부유한 사람대로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들대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쉽사리 양보하려 들지 않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경쟁 회사의 노동자들이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작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높은 임금을 주장했던 GM의 노동자들처럼 세계적 경제침체로 고급 인력들이 남아돌고, 중국과 같은 신흥 국가들이 저렴한 노동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만이 과거의 안락함을 지속적으로 누리려고 한다면 그 결과가 GM과 같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직성과 이기심을 극복해야
정부가 국민들의 제각각 목소리를 듣고 모아서 나라를 이끌거나 일반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서 큰 희생을 감수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금 이기적이고 조금 경직된 사고가 GM을 순식간에 파산시킨 것을 생각해 보면 어째서 우리가 반드시 분열과 대립과 혼란을 넘어서서 이해와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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