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시초프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미국으로 초청하자."
북한이 연일 강경 대응 조치로 맞서면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흐루시초프 전문가인 피터 칼슨은 14일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환영합니다. 지도자동지"라는 글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사용했던 문화외교 전략을 북한에게 적용시켜보자고 주장했다.
1959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김위원장처럼 예측할 수 없고 핵무기 증강에 힘을 쏟았던 흐루시초프를 미국으로 전격 초청했다. 흐루시초프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었고, 흐루시초프는 제안을 수용했다.
흐루시초프는 뉴욕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을 둘러보며 미국 자본주의를 관찰했고, 유엔 건물에서 세계평화의 염원을 느꼈다고 한다. 할리우드에서는 마릴린 먼로 등 당시 배우들과 만나 "왜 디즈니랜드는 방문지에서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특히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만나 양 진영의 공존 방안을 진솔하게 논의했다.
아이젠하워의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흐루시초프는 귀국하자마자 군비를 줄였고, 서방과의 공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칼럼은 미국 대중문화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김 위원장에 똑같은 기회를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미프로농구(NBA)와 할리우드 영화 팬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10월 방북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로 건넨 것도 NBA 스타 마이클 조던의 사인이 적힌 농구공이었을 정도다.
칼럼은 "작은 세계에서 각 국가가 공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젠하워는 반세기전 일깨워줬다"며 "여행을 즐기는 김 위원장에게 그림 같은 경관이 펼쳐진 케네벙크포트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거닐게 해 서로의 환경을 이해하며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외교전략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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