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몇 달 동안 나라를 뒤흔든 수사였지만 끝은 허망하리만치 초라하다. 게이트 주역 박씨와 전ㆍ현직 대통령 주변 인사 등 21명을 구속ㆍ불구속 기소했으나 전직 대통령 서거의 거대한 회오리에 휘말려 사건 자체는 아득한 곳으로 사라진 느낌이다. 남은 재판이 얼마나 관심을 끌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죽은 권력'의 비리 수사에서 비롯된 혼돈의 근본과 사회적 과제를 냉철하게 살펴야 할 때다. 그래야 올바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비리의혹과 거센 '정치보복' 논란, 어느 한쪽에 치우친 인식으로는 우리사회를 갈가리 찢고 있는 갈등을 헤치고 나아갈 수 없다.
혼돈의 근원은 권력형 비리이다. 박씨는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을 넘나들며 이권과 로비 대가 등으로 검은 돈을 뿌린 의혹과 혐의를 받았다. 대통령 가족과 측근이 여럿 연루됐고, 전직 국회의장 2명과 여야 국회의원 4명, 전직 경찰청장, 검찰 간부 등이 줄줄이 얽혔다. 지자체장과 판ㆍ검사 등 수 십 명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됐다.
검찰이 뒤늦게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나섰을 때, 공론의 장에서 정치보복 주장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제때 손대지 못하는 체질을 비웃고 꾸짖더라도, 그 때문에 죽은 권력의 비리의혹마저 눈 감는 게 순리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수사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의 진정한 독립과 올바른 수사관행을 확립하는 길을 찾는 것이 사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참담한 비극을 초래한 그릇된 관행과 풍토에 대한 반성은 언론을 포함해 모든 사회제도 구성원이 감당할 몫이다. 정경유착 비리의 상습범 노릇을 하는 주제에 오히려 혼돈을 부추기는 정치권부터 각성해야 한다. 특히 여론의 문책이 집중된 대통령은 사태의 교훈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성심껏 민심을 위무해야 한다. 또 자신과 주변의 권력 남용과 비리를 삼엄하게 경계하기 바란다. 실패와 비극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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