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 은행 지점장 등 부유층을 사교 클럽에서 만나 미인계로 유인한 후 원정 사기도박을 하도록 해 수십 억원을 가로 챈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본부세관은 14일 해외로 유인한 국내 부유층을 대상으로 사기도박을 벌여 6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총책 C씨 등 사기도박단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수법은 마치 도박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유인책 5명은 국내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이나 사교클럽, 골프동호회 등에 가입해 중소기업 사장, 개인 사업가, 은행 지점장 등에게 접근했다. 일단 범행대상이 정해지면 술자리와 골프 등으로 3~5개월간 친분을 쌓은 후 이른바 '꽃뱀'을 동원해 이들을 해외로 유인했다.
'미인책'으로 불리는 미모의 여성들이 우연을 가장해 재력가들과 만남을 가진 뒤 동반 해외골프 여행을 제안, 함께 비행기를 탔다. 목적지는 주로 중국 웨이하이(威海), 하이난(海南) 등 휴양 도시.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밀월여행'이 아니라 '사기도박'이었다. 미인책은 관광가이드와 짜고 현지 호텔에 마련된 사설 도박장으로 이들을 유인했고, 여권을 담보로 2억~10억원의 자금을 빌려주도록 주선했다.
이들이 돈을 잃으면 자금을 빼돌리는 속칭 '환치기' 계좌로 직원이나 가족이 돈을 송금하게 해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도박 과정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에 도박 빚을 갚기도 했고, 일부는 사기도박단과 한패인 유인책과 미인책이 볼모로 잡히자 걱정이 돼서 돈을 송금한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다. 도박단은 이런 수법으로 2006년 8월부터 2년여 간 13명에게서 총 63억원을 빼앗았다.
손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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