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정상들이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경제에 대한 영향력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세계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브릭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규모는 전세계의 14.6%, 글로벌 기축통화 보유량의 42%를 점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세계가 이들 정상의 모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협력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의결권 개혁, 기후변화 문제 등 주로 경제문제와 글로벌 현안에 초점을 맞춘 협력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회담 전부터 흘러나오는 이들 국가의 단합 목소리는 미국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보유중인 미 국채를 매각하고 IMF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미 국채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며 IMF의 채권 구매를 선언했다. 브라질과 인도 등의 IMF의 채권 매입의사를 잇따라 밝혔다.
이는 기축 통화인 미 달러화를 대체할 새로운 슈퍼통화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변화의 목소리인 셈이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14일 "2050년께 브릭스 4개국과 미국이 세계 5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이번 정상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들 국가가 IMF에서 차지하는 의결권 비중은 미국(16.77%)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9.62%에 불과해 국제사회에서 브릭스국가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선 의결권 비중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IMF는 이에 환영의 손짓을 보였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달러화 가치하락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할 때 IMF의 특별인출권 (SDR)으로 표시되는 IMF 채권은 합리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자산"이라며 "브릭스의 의결권 비중은 언젠가 제고돼야 할 부분"이라고 반겼다.
금융위기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영향력은 갈수록 위축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은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세가 빠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세계 경제 판도는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중국 외교부 허야페이(何亞非) 부부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국가간의 전략적 공감대 형성과 상호신뢰 강화에 대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회의에서 당장 달러 매각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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