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오빠' 조용필.
10대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두루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우리 시대의 대표 '아이콘'이다.
'가왕' 조용필이 13일 오후 한국일보 창간 55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무대에 나섰다. 2시간 남짓 이어진 무대는 8,000여 관객들이 화답하는 박수소리로 벌겋게 달궈져 있었고, 그의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은 그와 함께 젊음을 보냈거나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란 관객들의 심장을 한없이 뛰게 했다.
오후 7시부터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조용필 국민희망 콘서트'의 현장은 일찌감치 몰려든 한국일보 독자들, 조용필의 팬들로 공연 시작 한두 시간 전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중년의 팬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눴고, 부모를 따라온 청소년들도 킨텍스 주변 공원을 가득 메워 세대를 초월하는 조용필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총 8,000석의 객석은 빠짐없이 채워졌다. 미리 배포된 초대권을 입장권으로 교환하는 창구에는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이 "표를 구매하더라도 공연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타하며 긴 줄을 이루기도 했다. 공연이 열린 킨텍스 제1홀은 몰려드는 팬들의 편의를 위해 공연 시작 40여분 전에 문을 열었다.
관객들의 입장이 끝난 오후 7시 10분께 무대의 조명이 꺼지면서 힘찬 드럼 소리와 함께 조용필이 등장했다. 첫 곡 '해바라기'로 시동을 건 그는 이어 9집 앨범의 히트곡인 '마도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리드했다.
관객들에게 가장 익숙한 조용필 사운드의 대표적 노래 '단발머리'가 터져나오자 객석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드는 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조용필은 다섯번째 곡인 '미지의 세계'를 부르고서야 관객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말 많이들 오셨습니다. 여러분께 감사하며 한국일보 창간 5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의 인사에 관객들은 일제히 "오빠"를 외치며 화답했다.
조용필은 이어 한국일보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80년대 초반에 한국일보와 미주 공연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에게 제 대표 노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는데, 한번은 미주 공연 중에 '창 밖의 여자'가 빅히트를 치기 시작했다는 전화를 받았죠. 그 후 귀국해서 보니까 한국일보에 '창 밖의 여자'의 히트를 소개하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어 있었습니다."
이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관객들과 합창한 조용필은 '고추잠자리' 'Q'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등 잘 알려진 히트곡 위주의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강원도 아리랑'에 이어 '모나리자' 등 흥겨운 곡들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조용필은 상기된 표정으로 "저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 이렇게 노래하고 있지 않습니까. 꿈과 희망을 잊지 마세요"라며 '조용필 국민희망 콘서트'라는 공연 제목처럼 관객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후 열창을 이어갔다.
'여행을 떠나요'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조용필은 팬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다시 무대로 돌아와 '친구여'를 불렀다. 조용필은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아쉽다"며 돌아섰고 수많은 팬들은 공연장의 조명이 모두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오빠"를 연호했다.
끝까지 앙코르를 외치던 이모씨는 "한국일보가 창간 기념으로 조용필 무료 콘서트를 마련해 더욱 뜻깊은 무대였다"며 "조용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곡이라도 더 듣고 싶은 마음에 자리를 뜨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온 40대 직장인 정모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몸을 흔들며 공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우리 세대가 공감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무대는 조용필의 공연을 빼면 흔치 않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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