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샐러리맨이 실직을 당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집중되는 초기 1~2년간 이혼이나 배우자와의 별거 가능성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노인 중 절반 이상은 재차 자살을 시도했거나, 그런 생각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구학회가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 박용현 연구자는 '실직이 혼인 상태에 미치는 영향'논문에서 "남성이 실직해서 가정에 경제적 충격이 발생한데 따른 부정적 영향은 실직 초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며 "남성이 실직하면 그 충격으로 1∼2년 후에는 결혼이 해체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은 한국노동패널(KLIPS)의 1∼10차년도 자료를 분석해 도출됐는데, KLIPS 자료는 비농촌지역 거주민 가운데 표본을 구성해 1년에 한 차례 경제활동과 노동시장 이동, 소득 활동과 소비, 교육과 직업훈련 등을 추적 조사해 얻어진다.
박 연구자는 그러나 "여성은 실직을 해도 이혼, 별거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다"며 "이는 결혼 생활에서 기대되는 역할이 남성은 소득 창출이지만 여성은 가사와 양육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성의 경우는 실직 사유에 따라 변화가 없지만, 여성이 부도나 폐업이 아닌 해고로 실직된 경우에는 이혼ㆍ별거가 다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본인 탓으로 해고됐을 경우에는 스스로의 불성실이나 무능력이 원인인 만큼 남성의 배우자나 자녀의 어머니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상지대 박지영 교수는 같은 학술대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 27명과 심층 면접을 벌인 결과, 단 6명만 가족이나 전문가 도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7명 가운데 8명은 자살에 실패한 뒤 8개월 내에 또다른 시도를 했으며, 다른 6명도 자살을 시도할 생각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을 시도한 노인과 가족은 심한 죄책감과 고립감을 느끼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현장 접근성이 강한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이들 노인에 대한 정책적ㆍ단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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