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발언을 놓고 날카로운 입씨름을 계속했다. 12일 청와대와 김영삼 전 대통령, 여야 정당 대표들이 총출동해 공방을 벌인데 이어 휴일인 14일에도 여야의 당직자들이 나서 거친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권타도 지침을 내린 것 아니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장 총장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이 이구동성으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열성적으로 지지한 것은 그의 교시에 따라 움직이는 맹신도 정당의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나라와 국민에 대한 애정이 깔린 고언이 아니라 독재와 반독재라는 이분법으로 나눠 증오와 분열, 정권타도를 선동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침묵하는 양심을 독재자에게 아부하고 고개 숙인 자로 매도하는 것은 모욕적인 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김 전 대통령이 국가 원로로서 출범 1년 6개월도 안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비민주적인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의 충정어린 말씀에 십자포화를 퍼붓는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언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는 사무치게 아팠던 모양인데 정곡을 찌르는 옳은 말은 아프기 마련이니 귀담아 들으라"고 주문하며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위해 자중자애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청와대에 대한 한나라당의 충성경쟁이 점입가경"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청와대와 여권의 반응은 졸렬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게 원색적 비난을 퍼붓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치보복적 능욕이 우발적 행동이 아닌 정권 차원의 집단적 적대감의 표출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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