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이 진보와 보수 진영간 대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진보진영엔 서울광장 봉쇄가 민주주의 후퇴 상징으로, 보수진영엔 폭력시위와 이념갈등의 장으로 인식되면서 충돌을 빚고 있다.
서울광장 봉쇄 여부로 시끄러웠던 6ㆍ10 범국민대회는 큰 충돌은 피했지만 앞으로 민주노총의 상경 집회(13일), 6ㆍ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14일), 금속노조의 상경투쟁(19,20일) 등 대형 도심집회가 줄줄이 예고된 상황이다. 경찰은 벌써부터 이들 집회에 대해 불허 입장을 밝혀 또다시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불허-봉쇄-충돌-연행'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과격시위 부르는 원천봉쇄
우선 광장이 시민들의 각종 의견이 표출되는 소통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광장은 놀이와 휴식의 장일 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집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여러 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조례를 핑계로 입맛에 맞는 집회만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광장은 다양한 성격의 집회 장소로 이용돼 왔다. 보수진영도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 국가보안법 개정 등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곳에서 열었다.
이와 관련,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한 광장 원천봉쇄가 과거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기억을 불러 일으켜 시위 과격화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들마저 9일 시국선언에서 "경찰력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막는 것은 정권의 정당성이 취약한 군사정권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광장 봉쇄로 '민주-반민주'의 20년 전 구도가 부활해 진보진영이 재집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법과 공권력 무시하는 시위대
과격 폭력시위를 일삼는 일부 '시위꾼'들을 집회 주최측이 적극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시위현장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공공연히 폭력행위를 부추기며 바람을 잡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최측은 대개 자신들의 의도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주최측이 평화적 집회를 약속하고도 폭력 시위로 변질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정부에게 원천봉쇄와 같은 강경 대응의 명분을 준다는 것이다. 이재교 인하대 교수는 "연이은 폭력 시위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상습적인 도로 점거 등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집회의 자유와 책임이 병행돼야
문제의 해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되 책임을 확실히 지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광장을 '통 크게' 개방하고, 그 자유를 벗어난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광장에서 정치적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현행 서울시 광장 사용 조례는 개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87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달성했지만 민주주의 공고화라는 과제가 남아있다"며 "집회를 최대한 허용하면서도 이것이 불법 폭력으로 변질되지 않는 것이 공고화의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데는 정부의 열린 자세와 집회 참가자들의 자제력, 양측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는 얘기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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