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금융위기 이후에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봉과 보너스 등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착수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기업 CEO에 대해 과도하게 책정된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압력을 행사해 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기업의 CEO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 제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한 기업보상위원회의 설치 등을 명시한 '보수 가이드라인 법안'(say on pay)을 의회에 마련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들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감독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경영진 보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금융위기의 주요원인 중 하나가 비합리적인 경영진 보수 체계인 만큼 보수가 좀 더 투명하게 지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최대 보험회사 AIG는 올해 3월 미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받는 와중에서도 임직원에게 1억6,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결정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미 정부는 특히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CEO 보너스가 연봉의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좀 더 구체적 규제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2월 미 재무부는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 CEO 연봉을 50만 달러로 제한토록 결정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들은 구제금융을 받지 않는 기업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악관은 새 보수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9ㆍ11테러 피해보상기금을 총괄했던 케니스 파인버그 변호사를 총괄책임자로 내정해 정부지원을 받는 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와 보너스, 퇴직연금 등을 승인하지 않을 권한을 행사토록 했다. 경영진에 이미 지급한 보수도 성과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일부 반환토록 했다. WP는 "정부가 규제장치를 마련한 이유는 기업 스스로 보수를 합리적으로 조절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수 차례에 걸쳐 "미국인들은 월가 임원들이 정부에 손을 벌리면서도 무절제하게 보너스를 받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한다"며 월가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이번 CEO 연봉 제한은 매우 정치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CEO 연봉문제는 상징성이 강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뉴딜정책 시행 초기인 1930년대 미 CEO 연봉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의 40배 정도였지만 2000년초에는 367배(900만달러)로 급증했다.
연봉 팽창은 1981년 레이건 행정부 출범 이후 조성된 시장 친화적 사회 분위기와 부자들에 대한 감세정책 이후 본격화했다. 또 CEO 연봉은 CEO가 구성한 이사회에서 결정되면서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판을 받아왔다. 소득불균형 해소를 내걸고 당선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금융위기를 기화로 소득불균형의 상징이 된 고액 CEO 연봉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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