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던 진보 진영이 세를 결집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정치권은 '범야(凡野)'의 이름으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올 초 한나라당 지지율의 반토막에도 못 미친 10% 안팎에 불과했던 민주당 지지율은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하며 한나라당을 추월했다.
도덕성 논란 및 정부보조금 지원 중단 등으로 허우적대던 노동ㆍ시민단체도 'MB악법' 철폐 등을 외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진보학자, 종교단체,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연일 이어져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를 두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세력의 결집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진단한다.
진보 성향의 학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진보세력의 결집에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진보'라는 이름표로 뭉뚱그릴 수 없는 민주당마저도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며 '진보개혁세력'의 이름으로 포괄되는 형국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의 결집이라기보다 범 민주세력의 연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현 정부가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심각한 정부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준 것이 큰 계기"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광장 개방 문제는 진보 진영의 집결에 촉매제로 작용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경찰의 대한문 앞 분향소 강제철거 및 서울광장 봉쇄 조치가 현 정부의 소통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명박 정권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실망한 대중들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적 관점에서는 민주주의의 현장이자 보루인 서울광장의 봉쇄는 이 정부가 소통을 단절하고 민주주의적 가치를 외면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보개혁세력의 연대와 결집력은 이명박 정권의 국정쇄신여하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데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조국 서울대 교수는 모두 "현재 '반MB' 정당 연합은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 정책이 계속되면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손교수는 "대중의 진보세력 지지는 서거정국이라는 거품이 있어 유동적"이라고 보았고, 조 교수 역시 "정부의 국정쇄신이 단행되면 세 정당(민주·민노·진보신당)의 단결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을것"이라고 같은 맥락의 전망을 내놓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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