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수양대군(세조)의 책사로 계유정난(1453년 단종 1년에 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은 사건)의 공신이었던 한명회(1415~1487)의 지석(誌石ㆍ죽은 이의 일대기와 가족관계 등을 기록해 무덤에 묻은 판석)이 도굴 당한 지 9년 만에 후손들의 손에 돌아오게 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일 충남 천안 한명회 분묘에 매장돼 있던 지석 24매(枚)를 유통하려고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장물범 유모(51)씨를 구속하고 알선책 백모(40)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00년 2월 도굴돼 그 동안 내용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지석은 장물범들이 검거되면서 이날 최초로 공개됐다.
회수된 지석에는 한명회의 출생, 계유정난 때 행적, 임금과 나눈 대화, 부관참시 후 새로 예장한 풍습 등이 소상히 기록돼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경찰은 전했다. 가로 25㎝, 세로30㎝ 크기로 규모면에서도 역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청 감정 결과 이 지석은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쯤 제작됐으며, 감정위원은 보물급 문화재로 시가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지석의 도굴범은 밝혀내지 못했다. 구속된 유씨는 올해 2월 충북 청원에 있는 장물범 황모(49)씨의 골동품 가게에서 2,600만원을 주고 지석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2000년 2월께 대구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2007년 사망한 김모씨로부터 720만원을 주고 사들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수된 지석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만간 문화재로 공식 지정될 예정이다.
권지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