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광장에서 열린 '6ㆍ10 항쟁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의 열기는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과 노동단체, 시민단체, 학생회 등의 깃발이 나부낀 데서 대규모 집회를 위한 주최측의 노력은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집회는 지난달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소규모에 그쳤다. 서울광장을 대회 장소로 확보하기 위해 전날밤부터 철야농성을 벌인 야4당의 정성이 무색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이후 10여일 만에 반정부 성향 집회의 대중 동원력이 이토록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노 전 대통령의 돌연한 서거에 따른 국민적 충격과 슬픔에서 비롯한 반정부 정서를, 지속력이 강한 정치적 의사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추모민심'을 정치적으로 수납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민주당이 정말 뼈아프게 짚어봐야 할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미숙성을 드러냈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듯하다가도 정작 당당하게 맞서야 할 때는 거꾸로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경찰의 서울광장 봉쇄가 대표적 사례였다. 가만히 내버려 두고 일부 폭력 시위에만 대응해도 충분할 터인데도 굳이 막아 대중적 반발을 불렀다.
그러나 이런 비판과 비난조차 6ㆍ10 항쟁 22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 '민주주의 위기'나 '이명박 독재'를 함부로 거론하는 생경한 과장법과는 곧바로 통하기 어렵다. 정말 민주주의를 논하려면 비판할 수는 있어도 일방적 배제를 선언할 수는 없고, 무조건 상대는 그르고 자신은 맞다고 내세워서도 안 된다. 그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을 때 대중의 정서적 공감은 식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가 이런 결과에 안도하며 '이대로'를 고집해서도 안 된다. 잇따른 대학교수와 사회단체의 시국선언은 불필요한 과장을 빼면 새겨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 상대적 소수의 뜻이라고 외면하다가는 언제 봇물로 터질지 모른다.
어제 대회는 광장의 정치가 맞은 한계를 보여주었다. 정치권이 현실을 직시하고, 합리적 절차가 보장된 국회로 되돌아가길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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