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제약업계가 주최하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선언 행사에 의사 단체들이 불참하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10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와 공동으로 1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하는 '의약품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세미나'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행사에는 한국제약협회와 다국적 제약사들로 구성된 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대한약사회 등 4개 단체만 참가하게 됐다.
이 행사는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도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의 문제가 됨에 따라 EUCCK 제약분과위원회가 복지부에 제안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참석하는 이날 행사에서는 소비자단체의 의약품 불공정 거래관행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각 단체 대표의 서약서 서명행사도 열 예정이다. 그러나 의사 단체들이 불참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행사는 '주는 쪽(제약업계)'만의 '반쪽짜리' 선언에 그치게 된 것이다.
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행사의 절차적 형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불참하게 됐다는 해명이다. 의협 좌훈정 대변인은 "이번 행사는 제약업계 주도로 개최하는 것으로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학부모들이 촌지 근절 서약식을 한다며 교사들에게 참석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는 쪽'이 '주지도 받지도 말자'고 행사하면서 '받는 쪽'을 들러리 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리베이트를 보는 접근방식에 있어서도 의협은 정부의 약가 정책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행사 내용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협회측도 "한-EU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앞둔 가운데, 유럽 제약업계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의협과 병협의 해명은 궁색하다는 비판이 많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협은 당초 행사 준비 과정에서는 '참여 안 할 이유가 없다"며 행사 준비 회의에까지 참석해오다, 최근 경만호 회장 체제로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입장을 바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제안은 다국적 제약업계가 주도한 것은 맞지만, 정부도 행사의 취지에 동의했기 때문에 장관까지 참석해 의약품 공정거래 정착과 관련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기로 했다"면서 "더욱이 의협측은 당초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불참을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약식에 참여할 경우 의사들이 지금까지 (리베이트를) 받아왔다는 것을 공식 인정하는 모양이 될 뿐 아니라, 서약식 이후 리베이트 문제가 재발할 경우 의사들의 이미지 훼손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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