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빗줄기가 경기 시작 전부터 인천 문학구장을 적셨다. 가늘게 흩날리는 가랑비는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을 듯했다. 예정대로 경기는 진행됐다. 그러나 그라운드는 서서히 가랑비에 젖어 들었다. 삼성 우익수 박한이는 5회말 SK 박재상의 플라이 타구를 쫓다 바닥에 미끄러져 어이없이 3루타를 허용했다.
박한이는 삼성의 대표적인 '미운 오리'였다. 느린 발로 인한 좁은 수비 범위, 그리고 주루 플레이까지 선동열 감독의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8년 동안 지켜 왔던 톱타자와 중견수 자리를 올시즌 모두 내놓아야 했다.
박한이는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방문경기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수비에서의 어이없는 실수를 4타수 3안타 2득점의 맹타로 되갚았다.
박한이의 안타는 때마다 삼성 공격의 포문을 활짝 열었다. 2-2 동점이던 5회초 터진 우전 안타는 리드를 잡는 득점이 됐고, 4-3이던 7회초 때려낸 좌선상 2루타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으로 연결됐다.
삼성은 공격의 선봉 역할을 한 박한이의 맹타에 힘입어 5-3, 7회 강우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3연패 끝. 박한이가 7회초 삼성의 5번째 득점을 기록한 직후인 오후 8시52분, 빗줄기가 굵어졌고 문학구장에는 미국에서 수입한 방수포가 덮였다.
중부지방 전체가 강우전선에 뒤덮인 이날 잠실과 목동 경기 역시 비 탓에 오락가락했다. 잠실에서는 6회말 두산 공격 도중 주심이 경기 중단을 선언해 4-0으로 앞서던 두산의 강우콜드게임 승이 확정됐다.
LG는 3연패. 목동에서는 KIA가 히어로즈에 8-5로 앞선 4회초 1사 1루에서 빗줄기가 굵어졌고 결국 노게임이 선언됐다. 유일하게 정규이닝을 채운 부산에서는 롯데가 한화를 9-3으로 대파해 3연승하면서 순위를 최하위에서 6위로 껑충 끌어올렸다. 꼴찌로 추락한 한화는 3연패.
최경호 기자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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