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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럽의회 좌파 퇴조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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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럽의회 좌파 퇴조가 말해주는 것

입력
2009.06.0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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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우파 정당들이 완승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 5억 인구의 대표를 선출한 선거 결과에 대해 유럽 진보언론들조차 "유권자들이 좌파를 처벌했다" "유럽 좌파 치욕의 밤"이라며 충격을 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적 모델이 파탄에 이르렀는데도 우파가 크게 승리하자, 유권자의 눈길을 잡는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좌파의 경직성과 무능을 탓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년 임기의 736명을 뽑는 선거에서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EPP)은 267석을 얻어 159석에 그친 중도좌파 유럽사회당(PES)을 크게 앞질렀다. 급진좌파는 33석에 머물렀다. 우파가 기존 의석을 재확보한 데 반해 좌파의 득표율은 6%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영국 노동당이 보수당은 물론 독립당에도 뒤져 3위에 머물렀고,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 등 유럽을 대표한 좌파정당들이 기록적 패배를 맛봤다.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등 좌파 집권국가에서도 보수야당이 모두 압승했다.

다국적 의회인 유럽의회는 주권국가와 달리 입법권이 없는 데다 유럽통합에 대한 나라별 인식도 달라 선거결과를 확대 해석할 것은 아니다. 투표율이 사상 최저인 43%선에 그쳤고, 젊은 층과 소외계층의 참여가 저조했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기층 민심을 잡지 못한 바로 이 대목이 유럽좌파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파의 리더십, 특히 경제 위기로 더욱 궁핍화한 근로계층의 요구를 담아낼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지지층의 실망을 키운 셈이다.

그렇다고 유럽좌파의 패배가 우파정권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좌파 성향인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돌아서고 개방과 자유화를 주창한 인도의 싱 총리가 재신임 받은 것에서 보듯, 좌우 이념을 떠나 누가 더 실천적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된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치열한 고민 없이 남의 약점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적 처신만 일삼으면 쓰디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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