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강대강(强對强)'의 대결이었다. 여야 원내대표는 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6월 국회 개회를 비롯 정국현안에 관해 1시간30분 동안 한 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평가부터 극명히 엇갈렸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정치보복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검찰은 정당한 수사를 했다"며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는 것은 조문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안 원내대표가 검찰 출신이라서 그런지 검찰 프렌들리하다"고 꼬집었다.
6월 국회 개회도 평행선 위에 놓여있었다. 안 원내대표는 "임시국회는 6월에 열리도록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며 "국회에 들어와서 논의할 것은 논의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재촉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국회 개회에 앞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여당의 시급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쟁점법안인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에 대한 해법도 상이했다. 안 원내대표는 "미디어법의 6월 국회 표결처리는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라고 압박하자, 이 원내대표는 "표결 처리에 앞서 여론수렴 절차라는 단계가 충족되지 않았다"면서 "미디어법은 출발 자체가 잘못된 악법"이라고 맞받았다.
비정규직법과 관련, 안 원내대표는 "회사가 살아야 비정규직도 일할 수 있다"며 "현행법의 비정규직 사용기간에 대한 조항 적용을 2년 혹은 4년으로 유예한 뒤 경제사정이 나아지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의 예산이 23조원인데 이중 1조2,000억원만 투입하면 1년에 20만 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안보위기에 대한 책임론도 치열한 논전의 대상이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10년 간 햇볕정책이 북한 핵실험이란 결과로 돌아왔다"고 주장한 반면, 이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남북간 신뢰회복을 위해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을 인정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종 격론을 벌인 여야 원내대표가 공감대를 보인 주제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안 원내대표는 "국회가 전쟁터가 된 것은 5년 마다 치르는 대통령 선거 때문"이라며 "국회가 대선 승리를 위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논의시점은 경제위기 극복 국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원내대표는 "개헌문제를 여당이 현 정국에 대한 면피용으로 제기한다면 경계한다"면서도 "제헌절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되면 좋겠지만 일단 노 전 대통령 서거 문제를 다 정리한 뒤에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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