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시국 선언ㆍ토론의 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진보 성향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어져온 이명박 정부 비판 시국선언이 6ㆍ10 범국민대회를 하루 앞둔 이날 시민사회단체와 종교ㆍ문화계 등으로 번지며 봇물을 이뤘다.
보수 진영도 이날 시국선언 및 토론회를 통해 진보 세력 측의 릴레이 시국선언을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맞불을 놓았다.
현 시국을 각각 '민주주의의 위기'(진보)와 '경제ㆍ안보의 위기'(보수)로 진단한 양측은 일회성 시국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설 태세여서 한국사회가 또다시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이날도 이어졌다. 부산대 교수 114명이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대전ㆍ충남 11개 대학 교수 216명도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이화여대(54명), 동국대(90여명), 건국대(216명) 교수들도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전대협동우회, 한국청년연합 등으로 구성된 민생민주청년회의도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구했다.
종교, 문화계도 목소리를 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 불교인권위원회 '108인 시국선언위원회'(공동대표 진관ㆍ지원 스님)는 민주화 후퇴와 기본권 위축,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실종 등을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에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사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 ▦집회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촉구했다.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도 문인 514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내고 "(정부는) 편협한 정치, 보복정치와 같은 국정운영 방식을 철회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효서씨 등 작가 188명도 '이것은 사람의 말–6ㆍ9 작가선언'을 발표, '눈먼 망나니 제 칼에 죽는다'(구효서), '텅 빈 백지를 슬픔과 분노로 가득 채운다'(김이정) 등 각자 한 줄의 문장으로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문국현,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 야4당 대표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순 변호사 등도 이날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소통을 위한 원탁회의'에서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변호사와 법학교수 700여명은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동안 목소리를 낮췄던 보수 진영도 '반(反) 시국선언'을 쏟아내며 반격에 나섰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비롯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50개 단체는 이날 '안보ㆍ경제 위기 극복과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시국선언'을 발표, "지금은 북핵 문제 극복을 위해 국민의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유호열 고려대 교수 등 128명이 참여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최근 잇따른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무책임하고 비지성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가 발전시켜온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 방식으로 정부를 비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기독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 33명도 시국 조찬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평화가 훼손되고 있는데 소수 지식인과 정치인, 학생들의 편향된 의사표현이 국가의 안위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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