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언론 책임론'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브리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브리핑을 통한 피의사실 공표, 언론의 받아쓰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만큼 근본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당장 법무부는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 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수사공보 개선위원회'를 꾸려 브리핑 제도에 대해 전면적인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달 중순 발족 예정인 위원회에서는 ▲수사브리핑 기준 ▲사건관계인의 초상권 보호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 문제 ▲수사상황 유출 문제 등을 논의한 뒤, 관련 대책을 담은 수사공보 선진화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은 위원들을 섭외 중이어서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었다"며 "법무부는 위원회가 마련하는 브리핑의 기준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검찰의 수사 브리핑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범위까지 행해질지 대략적인 '청사진'조차 그려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지금까지의 브리핑 관행에 일정한 문제점이 있다는 데 대해선 공감하는 의견이 많다. 피의사실 확정 전에 검찰이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듯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 쓸 경우 명예훼손 및 여론재판으로 흐를 소지가 다분하고, 심할 경우 '인격 살인'의 결과까지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의자측의 반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대안으로 '기소 전 브리핑 및 보도 자제' '검찰 브리핑 시 피의자측 변호인도 참석 보장'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 브리핑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대원칙 때문이다. 특히 '권력형' 대형 사건에서 수사 브리핑이 아예 없을 경우, 수사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이 실종될 우려도 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수사과정의 정당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브리핑을 안 한다면 '밀실수사'의 위험성이 있다"며 "정보가 지나치게 차단될 경우 추측보도가 남발할 수도 있는 등 득보다 실이 많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물론 근본적으로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검찰의 수사권 독립이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개선위 위원으로 위촉된 한 인사는 "수사팀의 보안 유지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명예훼손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브리핑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결국 검찰과 언론이 어떻게 '신사협정'을 맺는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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