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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6월의 꿈'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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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6월의 꿈' 이루려면

입력
2009.06.0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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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희생과 투쟁으로 민주정치의 초석을 마련한 6월 민주항쟁의 계절이 도래했다. 군부 권위주의 통치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민주화의 노정을 가능케 한 6월의 구호, '호헌 철폐' '독재타도'의 외침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광주의 비극을 민주화로 승화시킨 국민의 항쟁은 6.29 '항복 선언'을 이끌어냈고, 열망하던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성취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순조로운 민주화의 길은 꿈이었다. 이후 네 차례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지만 지난 20여 년간 파행과 질곡의 정치는 계속됐고, 오늘도 진행 중이다.

'중간' 을 지키는 큰 용기

시국이 어지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 죽음, 국민장과 애도의 물결, 분향소 강제 철거, 교수 시국선언과 반 시국선언, 인터넷 게시판의 막말과 이데올로기적 적대감으로 온통 어수선하다. 더군다나 북한의 저돌적 공세와 한국의 PSI 가입으로 한반도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도 정치권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 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사회 원로들의 따끔한 말씀도 들리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이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20여 년 간의 민주화 노정을 돌이켜 보면 결국 국민의 힘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왔다. 지금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독단과 극단의 극복이다. 자신만이 선이고, 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쪽의 시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에 서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고, 극단의 잘잘못을 자신 있게 수용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포물선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건만 아직 중간 자리를 굳건히 지키지 못하고 극단의 논리에 휩쓸린 것을 자성할 때다.

중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호헌 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던 그 이상의 용기가 필요하다. 오랜 분단과 군부통치로 우리는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에 길들여졌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적과 동지로 나눈다. 타협보다는 투쟁, 대화보다는 강경대응에 익숙하다.

정치권은 여전히 적대적 이데올로기의 유용성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유혹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의 수사(修辭)로 과거 정권의 업적을 싸잡아 폄하하는 것은 독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 반전 기회로 삼으려는 야권 역시 유치하다. 언론의 사회적 책무도 자극적 극단의 목소리와 몸짓을 알리는 게 아니라, 소리 없는 대중의 목소리를 묶어내고 정론을 펴는 것이다. 시청률과 구독률 압력으로 시류를 좇는 것은 3류 언론이다.

독단과 극단으로 소통이 마비되고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일방적 지시나 밀어붙이기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거치며 다양한 의견과 이해가 분출하고 있으며 그 이해를 표출하는 행위자 역시 다양해졌다. 다양한 행위자의 출현과 그들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거부하는 정치는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합리적 소통을 위해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국민 모두 적극 노력해야 한다.

국민 각자 '소통'에 힘써야

정치가 발전할수록, 일상의 삶과 정치의 연계가 두터워질수록 국민은 구체적 제도와 정책결정 과정, 그리고 정책 현안에 대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숙지해야 한다. 현안의 본질과 성격, 그리고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합리적 대응과 세련된 참여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선과 인권의 신장, 자본과 노동의 조화로운 상생은 혁명적 변화나 정치엘리트의 특별한 조치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국민 개개인의 지속적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가 어려운 게 모두 이 때문이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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