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사퇴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진에게 남긴 말이다.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 모욕감을 느낄 만큼 숨막히게 진행됐던 수사에 대해 회한이 담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 새로 꾸려진 대검 중수부 수사팀의 지상과제는 '무죄 없는 수사'였다. 지난해 중수부에서 기소한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면서 중부수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꼼꼼하고 상대방이 빠져나갈 수 없는 수사에 대한 안팎의 주문이 컸다. 이 때문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입에서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진술이 나오자, 이를 완벽히 입증하기 위해 말 그대로 '남김 없이' 파고들었다.
철저한 수사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이 "나는 알지 못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은 점은 수사의 최대 맹점(盲點)으로 지적되고 있다.
피의자들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이 노 전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았다. 실제 노 전 대통령측 문재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았을 때 검찰이 형식상 예우는 잘 해줬지만, 노 전 대통령이 열심히 설명해도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할수록, 노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황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매달렸고, 당초 "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100만달러 사용처 수사에 힘을 쏟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을 더 신뢰하더라도, 권양숙 여사가 알아서 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최소한의 의문을 갖고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의 편향성을 제어해야 한다는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서울동부지검 제이유(JU)사건 수사 검사의 '피의자 거짓진술 강요' 사건이 발생하자, 대검은 2007년 2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수사에 국민참여제도를 도입한다는 '검찰 수사의 뉴 패러다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수사착수, 강제수사, 공소제기 등의 절차에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검은 지난해에도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수사에 대해 배심원이 수사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대배심 제도(Grand Jury)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일회성으로 논의된 뒤 시행되지 않았고, 사건의 시작부터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번 사건의 경우 어떤 제어장치도 없이 '목표'를 향해 치달았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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