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신상생 경영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상생경영이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와 최근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 LG그룹 계열사들이 각 협력업체에 대한 직접 투자와 원자재ㆍ부품 공동 구매, 협력회사에 대한 확실한 미래 투자 등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우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협력업체인 티엘아이와 아바코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유상 증자는 기업이 주식의 추가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회사의 지분 제공을 통해 경영에 대한 일정 부분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 외에 조달된 자금을 갚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신규 투자 등을 위한 기업 자금 조달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참여 규모는 티엘아이 140억원, 아바코 62억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자금 출자를 통해 협력업체의 경영권을 보장함으로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돈독히 했다.
LG디스플레이의 직접 투자로 금속 입자를 표면에 증착하는 액정화면(LCD) 생산의 필수 장비인 스퍼터를 만드는 아바코는 안정적 자금 운용과 기술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아바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165억원을 달성,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LCD 화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회로 개발업체인 티엘아이도 LG디스플레이의 유상 증자 덕분에 지난해 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420배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원자재ㆍ부품 공동 구매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을 위해 LG그룹이 내놓은 새로운 상생 협력 카드다. LG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철판 등 가격 상승 폭이 큰 주요 원자재에 대해 필요 수량을 사전에 취합한 뒤 공동 구매해 협력업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 개별 구매때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확보할 게 있게 됐다. 또 LG전자와 원자재 가격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게 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 단가에 가격 상승 요인을 즉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LG그룹 관계자는 "LG전자가 연간 2조원 규모의 원자재를 공동 구매하고 있다"며 "협력업체의 원가 절감 효과를 통해 LG전자 완성품의 가격 경쟁력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LG그룹은 또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서 미래 성장 사업 분야를 발굴해 체계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협력업체와의 상생 경영을 도모하고 있다. 이 같은 대기업의 미래 투자는 협력업체들에게 경영 전략을 세우는데 중요한 지침이 된다. 대기업의 목표가 곧 경영 계획의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LG그룹은 올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수립했던 11조3,000억원의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LG그룹이 올해 4월까지 집행한 투자금액은 3조4,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30% 수준이다.
특히 LG전자의 휴대폰, LG디스플레이의 LCD, LG텔레콤의 이동통신망 투자 등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미래 성장 사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협력업체들도 이를 참조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4세대 이동통신 기술, LED TV,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LG그룹이 상생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구본무 회장이 1995년 취임때부터 상생 협력을 정도 경영의 한 축으로 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95년 취임사에서 "LG는 공정, 정직, 성실을 기반으로 한 정도 경영을 통해 고객은 물론이고 사원, 협력업체, 주주, 사회에 대해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세계 기업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그래서 LG그룹은 2003년에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한 뒤 정도경영 TFT를 출범시켰다. 정도경영 TFT는 일종의 고충처리 신고센터인 사이버 신문고를 개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정도경영이 빠르게 정착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G그룹과 협력업체와의 거래 규모, 거래 이력 등을 자료로 정리해 불공정 거래가 차단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해 11월에는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생활건강, LG CNS, LG엔시스 등 6개 주요 계열사가 LG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을 갖고 1,700여개 협력업체에 대해 올해부터 100% 현금 결제를 하고 있다. 여기 그치지 않고 LG그룹은 상생협력펀드를 통해 금융 지원 규모를 지난해 1,750억원에서 올해 3,430억원으로 96% 증액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마케팅, 생산분야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중견 인력을 중소 기업에 지원하는 중견인력 이동제, 협력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교육 등도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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