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은 어느덧 우리의 미래가 됐다. 싫든 좋든 이번 위기가 지나면 녹색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 이미 각국은 천문학적 자금을 녹색 인프라 구축에 쏟아 부으며 고지 선점에 혈안이다.
저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승부를 거는 분야도 다양하다. 우리에게도 어느 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시점이다.대한민국 녹색산업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짚어본다.
녹색산업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유일하게 비켜나 있는, 아니 오히려 위기를 자양분으로 급성장중인 분야다. 선진국들의 천문학적 투자를 바탕으로, '녹색뉴딜'로 통칭되는 각종 관련 산업과 탄소배출권 시장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라는 올해에도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선진국 경기부양 지출의 15%는 녹색투자
최근 HSBC는 주요 선진국들의 녹색뉴딜 투자를 분석,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후 시행되는 각국의 녹색뉴딜 관련 지출 규모는 4,460억달러. 이는 각국이 경기부양 목적으로 발표한 재정지출 계획의 15.3%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가운데는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중국의 투자규모(2,010억달러)가 가장 크고 오바마 정부의 녹색뉴딜 정책에 따른 미국(1,170억달러)이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310억달러)는 EU(250억달러)과 독일(140억달러), 일본(120억달러)보다도 투자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은 전체 경기부양 지출 가운데 81%가 녹색산업에 투자되는, '녹색 집중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꼽혔다.
나라마다 집중 투자 분야도 다양하다. 중국은 전체 투자금의 절반 가량(987억달러)을 철도망 확충에 쓸 계획. 미국과 EU, 일본 등은 투자의 상당액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 리모델링에 투입할 방침이다.
한국은 4대강 유역사업이 포함된 수자원ㆍ폐기물 처리 비중(약 14억달러)이 높았다. HSBC는 "각국 정부의 투자에 더해 민간 부문의 관련투자 유발효과(약 4,700억달러)가 더해지면 2009~2010년 사이에만 전세계 성장률이 0.7% 가량 높아지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 탄소배출권 거래량 올들어 3배 급증
녹색산업의 목적은 결국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줄인 탄소를 사고파는 거래는 그래서 필수적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도 탄소배출권 시장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시장인 유럽기후거래소(ECX)의 배출권 선물 거래량은 올 1~4월 13억3,000만계약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억9,000만 계약)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2007년에 비해 115%나 성장한 2008년의 실적을 또다시 뛰어넘는 성장세다.
주로 현물이 움직이는 프랑스 블루넥스트(Bluenext)의 거래량 역시 지난해 월평균 2,100만계약에서 올 들어서는 1억4,000만계약(1~3월 평균)으로 늘었다. 두 거래소는 미국 시카고기후거래소와 유럽에너지거래소(EEX), 노르웨이 Nord Pool 등의 거래물량까지 빨아들이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은 더욱 밝다. 올해 말 열리는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최대 탄소배출국 미국이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될 경우, 전세계 배출권 시장은 또다시 혁명적 성장이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분석부장은 "미국의 가세는 물론 EU는 2012년부터 항공업계도 배출권 거래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경기가 살아나는 올 하반기 이후 탄소거래 시장 규모는 더욱 급성장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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