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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여기자 12년형 선고/ 北 '예측된 重刑'으로 美에 대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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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여기자 12년형 선고/ 北 '예측된 重刑'으로 美에 대화 압박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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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미국 여기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충분히 예측돼 온 수순이다. 북한은 '중형 선고로 미국 압박→미국과 고위급 석방 협상→북미 대화 재개 모색'이라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여기자들의 '몸값'을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협상 시기와 석방 조건 등을 선택할 것이다. 다음 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과 16일 한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르면 주중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을 4일부터 8일까지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재판을 닷새나 끌면서 미국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자들이 중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관측은 많았으나 '노동교화형 12년'은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최근 미국이 세게 나오는 것에 대한 경고이자 '미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와 주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는 이중 메시지"라고 말했다.

여기자들에 대한 형 집행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의 목적은 여기자 처벌이 아니라 여기자들을 매개로 한 북미 접촉이기 때문이다. 북한 형사소송법은 '노동교화형 판결을 내린 재판소나 집행기관 지역의 도(직할시) 재판소가 형 집행 정지 판결을 내릴 수 있다' (301, 302조)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 권부의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여기자들을 석방할 수 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여기자들 석방 시기와 조건 등을 조율할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이 7일 '여기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을 북한에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여기자 문제가 정치적 문제와 별개라는 '분리 대응 원칙'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석방 협상을 위해 미국 고위급 인사가 특사로 방북, 자연스럽게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이어 북한이 전향적 조치를 해 북미 관계가 누그러지는 것은 북한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방북해 위기 국면을 해결한 것처럼 이번에도 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매개로 북미 관계나 북핵 문제가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체제 정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북한과 미국은 정치 문제에 대해선 강 대 강 구도를 이끌어 나가겠지만 여기자 문제는 분리 대응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다음 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과 16일 한미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은 이르면 이번 주 중 특사를 통한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이 독자 금융 제재를 추진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여기자 석방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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