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로 분류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고 남북통일에는 부정적인 응답자가 7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보수 진영에서 대미 관계 강화와 북한과의 대결 정책을 강조하는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이념 성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8.9%가 중도라고 답했고 진보 28.0%, 보수 27.2%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7년 전인 2002년 6월 한국일보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중도 38.6%, 진보 24.9%, 보수 34.7%인 것에 비해 중도는 별 변화가 없지만 진보는 3.1% 포인트 늘고 보수는 7.5% 포인트 줄었다.
반면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보수 성향이 강해졌다. '바람직한 미국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8.5%로 7년 전 50.1%과 비슷했지만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6.3%에서 19.1%로 크게 늘었다. 또한 '미국 중심 외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응답은 31.8%에서 23.9%로, '미국과 되도록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0.3%에서 5.2%로 줄었다. 전반적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남북통일과 관련해서도 '꼭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은 10.5%로 7년 전 15.2%에 비해 4.7%포인트 줄어든 데 반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4.3%에서 9.2%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었다. 중도적 의견인 '여건을 봐가며 추진해야 한다'는 51.6%에서 50.9%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28.7%에서 27.9%로 별 차이가 없었다.
진보 성향이 늘어난 이유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 정서적으로 보수 이념은 힘이 빠지고 진보 이념은 흡인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외 정책의 보수화 경향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등 한반도 긴장지수가 높아지면서 현실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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