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유럽 순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지 주민들에게 미국의 정책을 직접 설명하는, '글로벌 포퓰리즘(Global Populism)'이라는 새로운 외교 방식을 선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7일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 카이로에서의 대이슬람 연설, 독일 나치 수용소와 프랑스 노르망디의 연합군 묘지 방문 등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현지 지도자들과의 접촉은 최대한 줄이고 대신 현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연설에서 무슬림과의 화해를 바라는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코란 구절을 인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독일 나치 수용소에서는 "(수용소에서 사망한 이들은) 이스라엘이 어떻게 홀로코스트를 이겨내고 국가를 재건할 수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로 이스라엘 국민의 감성에 호소했다. 신문은 오바마가 해묵은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 엘리트와 상대하는 기존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대신 무슬림의 여론 형성을 더욱 중요시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상대 국가 국민들의 여론을 중시하는 예전의 대중외교(Public Diplomacy)와는 다른 방식이다. CSM는 일부 외교관들을 인용해 "이는 2008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사용했던 포퓰리즘적 대중운동과 유사하다"며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새로워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고 했다.
미 외교협회(CFR)의 찰스 커프챈은 "엘리트들보다는 일반대중의 힘을 얻음으로써, 지도자로서 도덕적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라면서 "마음을 얻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며 본능에 대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 알 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조직들은 아직 오바마가 내민 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묘한 변화는 있다. 1990년대 반정부 봉기로 이집트 당국에 수감됐던 무장조직 알 가마알 이슬라미야의 지도자 에삼 데르발라는 "오바마의 진정한 의지를 시험할 기회"라며 "일단 오바마의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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