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의혹 수사내용이 포함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이어서 검찰이 '공개' 쪽으로 결론 내릴 경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주 내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정관계 인사 2,3명을 소환 조사한 뒤, 아직 사법처리하지 않은 피의자들과 함께 일괄 기소함으로써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결과도 이번 주 후반~다음 주 중반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노 전 대통령의 '640만달러 수수 의혹' 규명이었던 만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수사착수 경위와 수사내용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설명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 주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장들이 나왔고, 이에 검찰은 조직 내부에는 수사내용을 알리기로 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기소는 불가능해도 수사내용을 공표해 국민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역사의 법정에서 엄정한 평가가 불가피하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내용 전모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판단하면 피의자의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는데도 혐의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ㆍ무죄를 다툴 수 있는 재판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유죄' 주장을 펼치는 검찰이 피의자에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과거 검찰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의 경우도 혐의사실은 발표되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법정에서 방어권 행사를 통해 무죄 주장을 할 수 없게 돼 '무죄추정의 원칙' 훼손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법정공방이 아니라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공개 시 예상되는 '역풍'도 검찰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공식입장에 비춰볼 때, 검찰의 발표 방향은 아무래도 노 전 대통령의 유죄 추정을 가능케 하는 쪽으로 맞춰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경우 '검찰 책임론'을 가라앉히려 했던 게 도리어 자충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법조인은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면, 노 전 대통령 측과 유ㆍ무죄를 다퉈야 했던 검찰이 아니라 국정조사나 별도의 공식기구를 통해 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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