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역내 5억 인구를 대표하는 EU의회 선거에서 중도우파 세력인 국민당 그룹이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좌파계열인 유럽사회당(PES)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낮은 의석수로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를 맞은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다.
AFP통신 등 외신이 EU 의회 선거관리위원회 발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8일 현재 유럽국민당(EPP)ㆍ유럽민주당(ED) 연합체인 국민당 그룹이 267석(36.3%)으로 지난 선거 당시(36.5%)와 유사한 지지율을 확보했다.
반면 대표적 좌파 계열인 PES는 159석(21.6%)에 그쳐 이전보다 61석이 줄어드는 참패를 맛봤다. PES의 지지율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PES보다 좌파 색채가 더 강한 유럽좌파연맹ㆍ노르딕녹색당 연합도 33석(4.5%)으로 예년보다 지지율이 0.2%포인트 떨어졌다. 좌파가 잃은 지지율은 반 이민정책과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각국의 극우정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보수화 경향은 프랑스, 독일 등 주요 EU 회원국에서 두드러져 각국 지도자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고 있다. EU의회에 출마하는 의원은 EU의회에서의 소속 정당과 국가별 지지 정당을 함께 밝히도록 돼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대중운동연합(UMP)은 28%의 득표율로 제1야당인 사회당을 10%포인트 이상 제쳤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당(CDU)ㆍ기사당(CSU) 연합이 38%를 얻어, 2004년 선거 당시의 44.5%보다 떨어졌지만 제1당 지위는 유지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중도우파 연대도 39~43%를 득표, 27~31%를 얻을 것으로 예측된 라이벌 중도좌파 민주당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반면 영국에서는 고든 브라운 총리의 노동당이 보수당은 물론이고 신생 영국독립당(UKIP)에도 뒤져 3위를 기록했다. 노동당은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보다 1석 많은 11석을 간신히 확보했다. 영국 가디언은 "의원들의 주택수당 부당 청구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집권 노동당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스페인에서도 집권 사회당이 39%를 얻어 보수당의 42%에 뒤졌고, 포르투갈에서도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이 중도우파 사회민주당 연합에 5%포인트 차로 패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영국, 헝가리, 그리스 등 모두 11개국에서 집권당이 패배해 조기 총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승리를 거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우파 지도자들은 기업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며 "유권자들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세금이나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려는 좌파적 정책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 736석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4일부터 나흘간 EU 27개 회원국에서 실시됐다. 이번에 선출된 의원의 임기는 2014년까지 5년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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