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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그 이후/ 미국이 흔들리자 세계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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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그 이후/ 미국이 흔들리자 세계가 쓰러졌다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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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싱턴의 한 외교전문가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의 세계지배 구도가 더욱 공고해 졌다”고 말했다. 생뚱맞게 들리지만 그의 논지는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미국은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의 맹렬한 도전을 받아 적어도 경제에서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이다.

이 전문가는 “이번 사태로 30~40년이면 중국이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급진적인’ 전망이 꼬리를 감췄다”면서 “100년 내 미국을 뒤흔들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가 제시한 100년이라는 시각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 전망 자체가 정확한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다른 주요 경제권 특히 신흥국가가 미국 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경제의 신인도가 추락하고 달러화가 최저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달러화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난국에 믿을 곳은 결국 미국이고 달러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여파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를 패닉상태로 몰고 갔다. 증시가 추락하고 금융시장은 돈이 돌지 않는 마비증세를 일으켰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의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3대 경제권이 동시에 침체에 돌입한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었다. 아시아와 남미, 동유럽 등 신흥시장은 후폭풍에 노출돼 자본시장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6월로 금융위기 발생 10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는 앞으로의 전망에 혼란스런 신호를 던지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점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추가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지표상으로는 일단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국 실물경제의 역동성을 말해주는 제조업 지수가 5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경기가 확장되는 국면까지는 오르지 못했지만, 위축의 강도는 지속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주택시장도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한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국제유가는 금융위기로 최고점인 150달러선에서 30달러선까지 곤두박질친 뒤 지난달 6개월 만에 처음 배럴당 65달러선을 회복했다. 연중최저치였던 2월의 33.98달러와 비교하면 3개월사이에 거의 두배로 뛰었다.

그러나 은행 부실이 여전하고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으로 재정적자가 급증한 것은 미국과 세계경제 회복에 암초로 지적된다. 정부 부채가 민간 금융기관에 이은 ‘2차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쪽에서는 침체가 끝나는 듯 하다가 저성장, 고실업률, 고인플레가 겹치면서 또 다른 경기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74%가 올 3분기 내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은 경제가 여전히 방향성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짓눌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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