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형차 '히든카드'연구비 대폭 늘려 위기 이후 대비
최근 국내 경제전문지가 조사한 '불황에 강한 최강 CEO'에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선정됐다. 선정 이유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GM, 도요타, 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운 가운데 현대차만 나홀로 독주를 한 셈이다.
현대차의 선전엔 어려울 때일수록 빛나는 정 회장의 러더십이 바탕이 됐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임직원들에게 불황 극복에 대한 의지를 강한 어조로 전달했다. 정 회장은 "판매 확대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전제한 후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판매확대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가별로 고객이 원하는 차를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개발 공급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그룹은 정 회장의 이 같은 경영 방침에 따라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미국시장에서 첫 시도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현지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차 구매 후 12개월 이내에 실직 등 소득 감소 상황에 직면할 경우 차량을 반납할 수 있는 제도다. 과거 미국시장에서 현대차가 '10년 10만 마일 보장 서비스'를 전격 도입한 후 두번째 빅 카드인 셈이다. 그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시장점유율은 올들어 4%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미국법인이 올 초 전격 도입한 보장프로그램 효과가 빛을 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위기일수록 미래에 대비한다는 경영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바로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다. 다른 기업들이 위기에 연구개발비를 줄일 때 현대차는 이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에 2,401억8,000만원을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했다.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98%로, 2007년(3.48%)과 지난해(3.66%)보다 늘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에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됐던 타우 4,600㏄ 가솔린 엔진과 프리세이프 안전벨트, 차량 통합제어시스템, 차선이탈 감지시스템 등 품질향상 관련 항목과 LPI 하이브리드 모델 등 친환경 차량 개발 등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현대차는 신 모델 개발 등을 위한 설비투자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올해 신제품 개발 및 변속기 공장 개조 등에 795억원을 투자키로 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이보다 169% 가량 늘어난 2,14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설비투자액이 사용될 신차 개발 대상에는 준중형 승용차 및 준중형 MPV(다목적차량), 준대형 승용차와 중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 소형차 등이 포함됐다.
정 회장이 위기에 빼든 히든 카드는 소형차 개발이다. 정 회장은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화두로 '소형차 개발'를 제시했다. 그간 중ㆍ소형차에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는 데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급격히 소형차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47%인 소형차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 아반떼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시작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전력을 쏟을 예정이다.
정 회장은 최근 열린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회의에서 "고연비, 고품질, 고급디자인을 갖춘 경쟁력 있는 소형차 개발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면서 "지금 어렵다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면 미래에 성장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가 재편되면서 정 회장의 리더십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GM 출범에 따른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GM을 누른 도요타의 후퇴, 폴크스바겐과 피아트의 도약 속에서 현대차 그룹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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