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인재 육성… 꿋꿋한 '원칙 경영'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LG그룹은 1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둬 주목을 받았다.
LG그룹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텔레콤 등 주력 6개 계열사의 1분기 매출이 21조6,8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조4,531억원보다 6%(1조2,331억원) 증가, 불황 속에서도 LG의 사상 최대 매출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 LG는 올해 매출 목표를 사상 최대인 116조원으로 잡았다.
LG그룹에서는 불황에 강한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로, 무엇보다 위기에 강한 구본무 LG 회장의 리더십을 꼽았다. 구 회장이 불황 속 지속 성장을 위해 강조하는 것은 '원칙 경영'이다. 즉, 불황 탈출의 해법을 투자 축소와 구조조정 등 손쉽고 소극적인 방법에서 찾는 게 아니라 원칙에 입각해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경기 침체의 골이 깊던 지난해 말에 "핵심 사업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올해 초에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11조3,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구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계속 찾아야 한다"며 "R&D 투자를 해마다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LG그룹의 R&D 투자는 지난해 보다 25%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R&D 투자는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전지, 유기 발광다이오드(AM OLED), 4세대 이동통신, 당뇨와 비만 치매 치료제인 해피 드러그 신약 개발 등 미래 및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집중된댜.
시설 투자도 7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8조5,000억원보다 줄었지만 8세대 TFT-LCD 생산설비, 저온폴리실리콘(LTPS) 생산 설비 등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의 생산라인 구축 및 설비 확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꾸준한 인력 채용도 LG그룹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안 뽑거나 기존 인력을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도 "LG의 내일을 이끌어 갈 인재 확보와 육성에 경영진이 적극 나서달라"며 "불황기가 오히려 뛰어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장차 호황기에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인재를 뽑아야 한다"고 재차 역설했다.
여기 맞춰 LG그룹은 지난해보다 4,000명 이상 늘어난 9만4,000명의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상당 인력은 R&D 및 마케팅 분야에 집중돼 현재보다는 미래를 대비한 포석의 인력 채용이 될 전망이다.
투자 확대와 인력 채용이 그룹의 외형을 키우기 위한 준비라면, 창의와 자율성을 강조한 조직 문화는 그룹 내부를 다지는 기반이 되고 있다. LG는 2003년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계열사들이 자율적인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는 기업 구조를 완성했다. 구 회장은 지주 회사 체제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창의성을 마음껏 발현하고 스스로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그는 1995년 취임 이후 '컨센서스 미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컨센서스 미팅은 구 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만나서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합의해 결정하는 LG만의 차별화되고 득특한 전략 회의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된 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계열사에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철저한 책임 경영을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