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는 원자재 값이 급락했는데도 비축자금을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을 추진중이다.
경제규모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북유럽 노르웨이는 상당수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해 3% 가까운 성장을 이룩했다. 재정 수입도 지출보다 11%나 많아 흑자. 노르웨이 인근 덴마크는 꾸준히 미래를 준비한 덕에 신재생 에너지국가로 굳건한 자리를 갖게 됐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계속하거나 실업 걱정을 하지 않는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있을 때 흥청망청하지 않고 미래에 대비한 것이다.
칠레는 2006년 연간 예산을 당시의 구리 가격이 아니라 향후 10년의 평균예상가격에 기초해 짜도록 법제화했다. 예상가격 이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모두 해외에서 관리되는 비축펀드에 넣도록 했다. 원자재값 급락으로 위기를 맞았던 1980년대 초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축펀드 때문에 세계적인 경제침체에서도 칠레는 스스로 경기 회복을 할 수 있는 입지에 있고 어떤 은행도 구제할 필요가 없는 든든한 위치에 서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를 진정한 경제 강국으로 올려놓은 것도 미래를 위한 준비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원유 수출로 680억달러를 벌어들인 세계 3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을 단 한푼도 사용하지 않고 모두 국부펀드에 투자했다. 미래에 대비토록 한 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원유 생산국이 원유로 번 돈으로 국민에게 선심을 쓸 때 원유 수입을 몽땅 국고 펀드에 몰아넣은 노르웨이의 외고집이 세계적 경기침체 시대에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는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과감한 투자를 했다. 유수의 금융 회사가 속절없이 무너져 전세계의 투자자들이 앞 다퉈 주식을 매각하던 지난해 가을, 노르웨이는 국부펀드의 주식 투자금 규모를 600억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위기 속의 기회를 주목한 것이다. 전세계 증시가 3월부터 반등함으로써 이 같은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덴마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의 90%를 수입하던 1970년대 초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덴마크 역시 경제가 휘청거렸다. 덴마크는 이때부터 석유 의존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자국 환경에 맞는 풍력 에너지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에 장기 저리 대출을 해주고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장 원리를 고수하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다른 길을 걸었다. 덴마크 정부는 한때 기업의 풍력 발전 투자비의 30%를 부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덴마크는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3.0%를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어 유가와 상관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들이닥친 지난해에도 6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말 실업률 역시 2.8%로 유럽에서 가장 낮았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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