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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중 사망' 350년 전 미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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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중 사망' 350년 전 미라 발견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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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350여년 전 조선시대 여성 미라가 발견됐다. 서울대 법의학연구소는 5월 31일 경남 하동군 금난면 진정리 점골 소재 진양 정씨 문중묘역에서 조선 중기 때 인물인 정희현(鄭希玄ㆍ1601~1650)의 두번째 부인 온양 정씨(생몰연대 미상) 묘 이장 과정에서 미라가 발견됐다고 8일 밝혔다.

출산 중 사망한 조선시대 여성 미라가 발견되기는 2002년 고려대박물관이 조사한 경기 파주시 교하읍 파평 윤씨 정정공파 묘역의 '모자(母子) 미라'에 이어 두번째다.

서울대 법의학연구소는 안동대박물관으로부터 미라를 넘겨받아 7일 서울대병원 부검실에서 조사를 했다. 시신을 감싼 옷가지인 염습의(殮襲衣)를 하나씩 벗겨내는 해포(解布) 작업을 한 결과, 법의학적으로 '비누화' 상태의 미라가 된 여성뿐 아니라 두개골과 정강이뼈를 비롯한 어린아이 뼈 조각이 함께 발견됐다. 온양 정씨 부인이 분만하려던 태아의 뼈로 추정된다. 염습의 발치 쪽에서는 어린아이용 바지도 한 벌 발견됐다.

온양 정씨 부인은 이의 마모 상태와 흰 머리카락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20, 30대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양 정씨의 생몰 연대는 확실치 않지만 남편 정희현이 1650년에 사망했고, 출산 중 사망했음을 고려하면 남편보다 일찍 죽은 것으로 보여 미라는 350여년 전의 것인 셈이다.

미라는 각종 염습의 46점에 싸여 있었으며, 신장은 조선시대 여성 미라의 평균인 155㎝ 정도였다. 발에는 한지로 만든 짚신인 지혜(紙鞋)를 신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가발의 일종인 가체를 둘렀으나 모자는 쓰지 않았다. 조사에는 복식사 전공자인 이은주 안동대 교수와 송미경 서울여대 교수도 참여했다.

신동훈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는 "미라는 조선시대 상장의례에 대한 정보를 줄 뿐 아니라 식생활이나 전염병, 기생충 등에 대한 연구에 더없이 귀중한 자료"라며 "광범위한 학제간 연구를 진행해 상세한 보고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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