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경영' 행원 소통 강화
우리은행은 올 1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분기 무려 6,91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지 한 분기만에 1,6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이종휘 행장에 향했다. 지난 1970년 한일은행에 입한 후 꼬박 40년을 은행에서 일해온 전통 뱅커로 은행장까지 오른 이 행장은 '현장 경영'을 내세우며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02년 우리은행 출범 이후 첫 내부승진으로 은행장까지 올라 행원들의 신임이 두터웠다. 이 행장은 "직원이 최고의 자산이고 경쟁력이다"며 조직에 힘을 불어넣었고, 우리은행의 재도약을 발판을 마련했다.
이 행장은 현장에서 40년을 일해 온 만큼 시대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빨리 읽어냈다. 그는 취임 전부터 서울시가 추진계획을 발표한 '저탄소·맑은 서울 만들기 사업'에 포함된 녹색사업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은행장에 취임하자마자 서울시와 협의를 거쳤고 8월초 '승용차 요일제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어 '우리사랑 에너지 복합예금'이란 첫 번째 녹색금융 상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상품은 우리은행의 히트 상품이자 은행권 대표 녹색통장으로 자리매김한 '저탄소녹색통장'으로 발전했다.
저탄소 녹색통장은 판매 수익금의 50%를 서울시의 저탄소 관련 사업에 기부하는 상품으로 가입 고객은 서울시의 '맑은 서울 만들기' 운동의 후원자가 된다. 이 통장 가입자에게는 인터넷뱅킹 등 서비스 이용 수수료의 50%가 면제되며 서울시가 시행하는 승용차 요일제나 탄소 마일리지제에 참여하는 경우 수수료가 전액 면제해준다.
특히 이벤트 상품에 그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우리은행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으로 떠올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상품의 첫 번째 고객으로 가입한 이후 출시 4개월만에 20만명이 가입해 수신고만 1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행장은 이어 지난해 말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주식시장의 된서리를 맞자 적립식 펀드 개념에 착안한 '투인원 적립식 정기예금'을 내놓으며 대박을 터트렸다.
증시 하락을 숱하게 경험한 배테랑 뱅커답게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올 때 이를 선점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정기예금이면서 적금처럼 자유롭게 추가 입금할 수 있는 상품으로 CD 및 금융채 유통수익률을 연동해 적립식이면서도 정기예금 수준의 고금리를 받을 수 있어 출시 4개월만에 무려 11조원 이상이 몰렸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위기가 조금 잦아들면서 '섬김의 경영'을 내세우며 위기를 함께 한 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투병 중인 행원 가족 직접 찾아 격려를 하고, 매월 은행장과의 대화를 열어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익명으로 은행장에게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통(通通)광장'을 사내 인트라넷에 개설하는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힘쓰고 있다.
이 행장은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은 우리은행 특유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며 "행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뛰며 우리은행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딩뱅크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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