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규정한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이 보완책 없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해당 기업의 80% 이상이 7월 이후 비정규직 해고로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4, 5일 이틀간 서울 강남ㆍ동부와 수원, 경인지방노동청 등 수도권 4개 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 19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관할하는 5인 이상 고용 기업 4,800여개 중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 의사를 밝혔거나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5% 안팎에 머물렀다.
비정규직의 일부를 선별 전환할 계획인 기업(5~10% 내외)을 포함해도, 정규직 전환 계획이 있는 기업의 비율은 10~15%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5월 노동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63%)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경기 악화로 기억의 고용 여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계약을 해지한 일자리에 다른 비정규직을 교체 투입하겠다는 비율도 평균 70% 남짓으로 분석돼 비정규직법의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인력 교체비율이 70%대에 머물 경우, 7월 이후 연말까지 비정규직 부분에서의 추가 실업자는 약 20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경인 지역의 한 감독관은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월급ㆍ퇴직금 부담이 늘어나는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감독관도 “비정규직법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일선 기업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대량 실업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2년 연장하는 개정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현행 법을 그대로 시행하면서 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더욱이 국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격화한 여야 대립으로 3개월째 계류 중인 고용기간 2년 연장 개정안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파견업체 대표는 “보완대책 없이 현행 법이 적용되면 7월 이후 2년 넘은 비정규직의 대량 계약해지가 불가피하다”며 “하루 빨리 보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이대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