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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야성적 충동' 野性이 불러온 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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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야성적 충동' 野性이 불러온 경제 위기

입력
2009.06.0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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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쉴러 지음ㆍ김태훈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343쪽ㆍ1만5,000원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의 대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쾌락적이거나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 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건대,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계산적인 이해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1936)에서 한 주장이다. 그러나 케인스주의자건 자유주의 신봉자이건 간에, 이 주장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정부의 개입을 지지하는 쪽이나 시장의 자기조절력을 믿는 쪽이나, 소위 '합리적 구조'로 거시경제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 특히 롤러코스터를 탄 듯 극단을 오가는 최근의 경제 흐름을 설명하는 데 양측은 모두 실패했다.

이 책은 인간 심리의 비이성적 오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커로프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 그리고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월가 비관론자 3인방' 중 한 사람인 로버트 쉴러가 올해 출간한 것이다. 저자들은 '세상은 안정적이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착각을 깨뜨리기 위해, 잠들어 있던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 이론을 깨운다. 그리고 그것으로 불가해하게 보이는 현재의 경제위기의 본질을 설명한다.

야성적 충동이란 경제에 내포된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요소들을 의미한다. 이것은 논리보다는 인간의 심리적 요인에 기인하는데, 저자들은 '자신감' '공정성' '부패와 악의' '화폐 착각' '이야기' 등 다섯 가지 요소로 그 원형에 접근한다.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스토리)이다. 저자들은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스토리가 가진 강력한 플롯 구조가 기억을 강화시키고 미화시키며 재생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물가상승과 거품붕괴, 실업률 변화 등을 일으킴을 증명한다.

저자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는 자신감과 유혹, 질투와 분노, 그리고 착각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또 이런 이해 위에서야 경제 시스템 교체를 위한 정부의 개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이 내놓은 해법은 "정부가 적절한 한도가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창의성이 온전히 발휘되는 무대를 제공하되, 야성적 충동이 야기하는 과잉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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