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핸드 지음 · 강혜정 옮김/21세기북스 펴냄 · 372쪽 · 1만5,000원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근본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보다 나은 권리와 환경을 꿈꿀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지는 않아야 한다. 영국의 경제사상가이자 사회철학자인 저자는 그 속에서 인간이 더 이상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선 성공할수록 삶은 더 허무해진다는 자본주의적 역설을 인정하라고 권고한다. 이후 그 역설, 즉 여백을 관통한 뒤에 새로운 삶의 균형을 찾으라는 것이다. '여백을 허락하지 않고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 여백이 너무 많으면 실수나 사고를 야기하고 너무 적으면 삶이 피폐해진다. 우리는 텅 빈 레인코트가 돼서는 안 된다.'(113쪽)
자본주의는 불안정한 체제다. 혼란 속에서 인간은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 같은 심리를 두고 "사람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추종자가 되고 싶어 한다"며 "타인들이 자신의 딜레마를 해결해 주고 평온한 삶을 되돌려 주기를 바란다"(131쪽)고 요약한다.
삼 단계의 과정이다. 한 단계가 끝나기 전 거기서 다음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들을 준비해 만들어 내며(시그모이드 곡선), 의무와 가능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도출해 내고(도넛 원리), 두 당사자가 서로 웃고 헤어지는 타협의 문화(중국식 계약) 등의 기제를 거쳐 새로운 균형점을 도출해 나간다는 것이다.
1993년 출간, 이듬해 미국에서 '올해의 평론가상'을 받은 이 책은 당시 삶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담은 역저로 호평 받았다. 제목은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거대한 기계의 이름 없는 톱니바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무의미한 현실을 상징한다. '왜 우리는 성공할수록 허전해지는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경제 한파가 몰아닥치기 직전, 구미 자본주의의 이상향을 깊이 있게 묘사한 이 책은 자본주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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