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 가능성을 언급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5일 발언으로 인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간의 갈등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 시스템상 장관과 총장의 갈등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서로 다르면서도 '한 묶음'이 돼 있는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법무부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부처이며 법무장관은 국무위원이다. 국회에도 출석해야 한다.
검찰총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라 대통령을 응대해야 할 이유가 없고 국회 출석 의무도 없다. 하지만 검찰이 외청이라는 특수 지위로 법무부 산하에 소속돼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바로 이 대목이 양자간 갈등의 시발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세부적으로는 우선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이 개별 사건에 있어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무장관의 수사 개입 여지를 줄이기 위해 만든 조항이지만 오히려 수사 개입의 근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천정배 전 장관이 2005년 사상 초유의 공식 지휘권 발동을 하기 전에도 장관들은 수시로 음성적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얘기다.
검찰 수사 내용을 법무부가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점에 문제제기를 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수사 중인 사건의 관계자들과 주요 혐의, 수사 방향 등을 문서화해 법무부에 정보보고 형식으로 송부한다.
이는 청와대나 정치권도 법무부를 통해 검찰 수사 내용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 등의 외압이 전해질 수 있고 최전선에서 장관과 총장이 맞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검찰 인사 문제도 갈등의 소지를 제공한다. 인사권은 장관의 몫이지만 현실적으로 장관과 총장이 협의해 인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다. 한쪽이 독주를 할 경우 언제라도 부딪힐 소지가 있다.
강금실 전 장관의 경우 파격인사가 검찰의 반발을 불러왔고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정보보고를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맞섰다.
지난해 검찰 인사에서도 김 장관의 의도가 더 많이 반영되면서 임 전 총장이 소외감을 느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인사 등을 통해 검찰을 제어하는 법무부 검찰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지난 3일 한 토론회에서 "수사 지휘권 때문에 법무장관이 정치적 편향성을 갖게 되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 영향을 받게 돼 있다"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장관과 총장의 갈등은 결국 검찰 독립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개인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며 "법무부에 대한 정보보고 제한, 법무부의 검찰 인사권 행사 제한, 법무부 검찰국의 폐지 등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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